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 차별과 배제,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하여
악셀 하케 지음, 장윤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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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8. 악셀 하케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 쌤앤파커스

인간으로서의 품위란 무엇인가. 나는 ‘품격’, ‘품위’와 같은 단어를 좋아한다. 사전적 의미로 보자면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을 ‘품격’이라 한다. ‘품위’란 직품과 직위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며, 사람이 갖추어야 할 위엄이나 기품을 말하기도 한다. 또한 사물이 지닌 고상하고 격이 높은 인상을 아울러 품위라 한다.

저자 악셀 하케가 이 책을 집필하기 전 생각 해온 품위란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 정도에 머물렀다. 조금 더 살을 붙이자면, 자신이 타인을 배려할 상황이 아니더라도 기꺼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품위가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예를 들면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 바쁜 상황에서도 친구의 병문안을 가는 것, 급하더라도 새치기하지 않는 것, 마음이 내키지 않더라도 장례식에서 유족들과 끝까지 함께 하는 것, 이런 단순한 행동을 실천하는 것이 품위 있는 삶이 아닐까, 그는 생각했다.

악셀 하케의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을 읽기 전까지, 내게 품위란 ‘배려’라는 항목이 배제된 것이었다. 이를테면 취향이나 안목 같은 것들이 품위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로 자리 잡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그러한 것들은 품위를 외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책의 시작인 <도처에 널려 있는 천박함>이라는 제목만으로 이 시대의 품격에 공감이 간다. 온라인이 세상을 점령한 이 시대는 얼굴을 가리고 이름을 지운 채 천박함으로 물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환경은 ‘천박함’에 한몫을 더한다. 황사, 미세먼지 같은 기후 문제로 시작하여 최근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바이러스까지, 환경적 요인들은 각자도생 사회를 열며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서도 배려라는 항목을 지워가고 있다.

아쉽게도 이 책을 통해 저자는 ‘품위’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진 않는다. 다만 부제와 같이 ‘차별과 배제,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한’ 이야기들을 그만의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다. 유럽 전역에서 사랑받는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만큼, 그가 써 내려간 수많은 에피소드들은 단편소설처럼 쉽고 재미있게 읽히지만 이야기 속에 묻어나는 그의 메시지는 날이 선 칼처럼 예리하다. <품위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에서 말하듯 그는 그 나름대로 정의한 품위라는 개념을 쉽게 내려놓지 않는다. 다만 그가 말하는 품위에는 외적인 것이 아닌 내적인 것들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만은 변함없다. 앞서 말한 배려라는 항목이 품위에 포함되어야 할 필수 요소라면, 선행되어야 할 조건은 바로 ‘이해’일 것이다. 언제, 어디서 시작된 지 알 수 없으나 우리는 무례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언어는 점점 더 폭력적이 되고, 행동은 그보다 훨씬 더 폭력적인 시대다. 이것은 이슈가 된 특정 인물들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아주 평범한 우리 모두가 점차 무례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품위나 품격 같은 것들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라면, 반대로 천박함이야말로 내가 무서워하는 것들 중 하나다. 악셀 하케의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을 읽으며 품위 있는 사람이 되는 방법을 알았다기보다 각자도생 사회에서 더 이상 무례하거나 천박하지 않은 사람으로 살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악셀 하케의 통찰은 지난 시간 나의 수많은 행동들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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