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란 새로운 여정 디즈니 오리지널 노블
엘리자베스 림 지음, 성세희 옮김 / 라곰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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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3. 엘리자베스 『뮬란, 새로운 여정』 : 라곰


오직 발의 대포만이 남아 있었다. 뮬란은 숨을 들이마시고 발을 속에 파묻은 눈앞에 보이는 산등성이에 훈족의 움직임이 있는지 살폈다. 전까지 머리 위로 적군의 화살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던 산등성이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것이 잠잠했고 너무나도 고요했다.


전쟁의 상흔은 병사들만의 몫이 아니다. 대장 샹의 부상은 남장 병사가 되어 전장에 뮬란에게 전쟁의 공포감 보다 무거운 것이다. 부상이 깊은 샹이 고열에 시달리며 의식이 희미해져가는 사이 뮬란은 황제에게 향한다.

전장의 공포에 내몰린 병사들의 황제를 향한 여정은 전쟁 못지않은 피로감을 선사한다. 생사를 넘나드는 샹의 곁에 머문 뮬란도 여느 병사들과 다를 없었다. 샹을 보살피던 뮬란은 현실 같은 꿈속으로 빨려 든다.

꿈속에서 만난 장군은 대장 샹을 구할 방도로 염라대왕을 언급한다. 샹에게 목숨을 빚진 뮬란은 그를 구하기 위해 이승과 저승을 잇는 무원의 다리를 건너 염라대왕을 만난다. 어쩐지 짓궂은 염라대왕은 뮬란의 용기를 가상히 여기나 거절할 없는 내기로 뮬란을 유혹한다.

샹의 영혼을 찾아 지옥을 탈출해야 하는 뮬란 앞엔 간악한 악령과 마법이 도처에 깔린 신비한 세계가 펼쳐진다. 그렇게 뮬란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다.


2017 10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의 추문을 폭로하고 비난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해시태그를 다는 것으로 대중화된 미투 운동(Me Too movement) 빠른 속도로 세계화되었다. 미투 운동 덕분인지 이제는 각계각층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발돋움한 페미니즘은 문학, 영화, 애니메이션, TV프로그램, 소셜미디어 채널 다양한 분야에서 움직임을 보인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이 반드시 여성 해방을 목표에 두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최근 디즈니사에서 발표한 리메이크, 리부트 작품들의 대부분이 주체적 여성상을 표현함으로써 작품에서의 균형을 맞추어 가고 있다.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이 2020 그레타 거윅이 감독한 영화로 재탄생하여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것만 보아도 독자들이 주체적인 여성상에 매력을 느낀다는 사실을 있다. 최근 실사화 리메이크에 성공한 《알라딘》 역시 마찬가지다. 애초에 고전 로맨스물의 리부트인 애니메이션은 2019 가이 리치 감독하에 실사판 영화로 리메이크 되었다. 알라딘과 지니의 캐미로 끌어간 원작과는 사뭇 다르게 실사판 영화에서는 나오미 스콧이 주연한 자스민이 단연 돋보인다.


물론 《뮬란》의 경우라면 예가 조금 다를 있다. 이미 원작에서도 남장 병사 핑이 되어 전장을 누비는 뮬란의 모습은 주체적 여성상을 그려낸 모던클래식 애니메이션이다. 그러니 신간 『뮬란, 새로운 여정』이 단순히 여성 해방 운동에 편승한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문화계의 페미니즘 대세론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유와의 전투에서 뮬란의 전략이 실패하고 샹이 부상을 당했다면, 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이번 디즈니 오리저널 노블 시리즈 『뮬란, 새로운 여정』은 지난 시리즈와 같이 디즈니가 기획했으나 독특하게도 하버드 대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현재 여러 편의 영화와 게임의 삽입곡을 만든 작곡가 엘리자베스 림이 집필했다. 작곡가라는 이력 때문인지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책의 장을 넘기는 순간 나는 이미 마지막 장을 읽고 있었다. 참고로 이번 리뷰의 문단은 『뮬란, 새로운 여정』의 문단을 인용한 것이다. 엘리자베스 림의 문체가 궁금하다면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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