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관리대상자
주원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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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7. 주원규 『특별관리대상자』 : 한겨레출판


인간은 결코  어떤 것으로도 인간 자신과 자연에 기여할  없다인간은 단지 시스템의 일부로서 기능할 때에만 비로소 자신 안의 절대를 발견할  있다고 정인구는 생각했다현대화도시화로 인한 산업과 기술의 발달은 인간에게 편리함을 제공했으나 대신 수많은 후유증을 동반했다사회는 날이 갈수록 부패했고 법은  이상 심판자로서 기능하지 못했다.

정인구가 만든 시스템은 사회의 해충 박멸을 위해 기능했다정인구를 포함한 컴퍼니의 일원들은 사회의 해충을 ‘특별관리대상자 명명하고 사회불온지수를 높이는 해충들을 심판한다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모인 컴퍼니는 골조도 형태도 없었다그곳엔 여야가 없고 적과 편이 나뉘지 않았다컴퍼니엔 오직 사회 시스템의 안정에 대한 목적만이 존재했다.


광화문 테러 사건 이후 사회불온지수는 안전하게 유지되었고 유명 인사들이 연달아 사라지는 일련의 실종 사건을 통해 사건의 배후가 ‘해적이라는 소문만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뿐이었다광화문 테러 이후 3 만에 서울 강남의 한복판에 위치한 백화점 명품관에서 폭파 테러 사건이 일어난다다행히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모든 언론과 정재계에서는 초유의 폭탄 테러에 집중하고 서울 일대에 해적이 활동한다는 루머가 다시금 들썩였다.


해적의 가입 이유를 묻는 두목 해이수의 질문에 오단은 그저 지루하지 않을  같다는 답변을 남기지만세상에 어떤 인간도 그저 지루하지 않기 위해 강남 한복판에 있는 백화점에 폭탄 테러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해이수는  알고 있었다게다가 오단처럼 지난 모든 행적이 감쪽같이 지워진 유령 같은 존재라면   나위 없이 그럴 것이다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해이수는 오단의 해적 입단을 허락한다.


재개발이 한창인 서울 외곽의 대단지 아파트는 곳곳에 무너져 내린 벽이나 벗겨진 페인트에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품었다해적 입단  본거지에 당도한 오단은 입을 다물  없었다소문으로만 들었던 해적의 단원이 되었다는 사실보다 그를 놀라게  것은 같은 서울 하늘 아래 그들의 본거지가 존재했음을게다가 허물기 전의 재개발 아파트 단지가 해적의 소굴일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구형 복도식 아파트에 집과  사이의 벽을 허물어 창살을 박았다한눈에 보아도 그것은 거대한 도시 감옥이었고복도 사이로 뚫린 공동은 무간의 심연을 닮았다입단식도 치르기  컴퍼니로부터 사회정화 오더가 내려왔다해이수는 리눈장철수남군미우기 그리고 신참내기 해적 단원인 오단에게 지령을 내린다.


주원규 작가의 『특별관리대상자』는 최근 악성 스캔들로 자리가 위태해진 지상파 뉴스 앵커 차인이 자신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컴퍼니와 해적에 접근을 하며 시스템의 설계자인 정인구를 비롯 컴퍼니의 용역인 해적 단원들에 이르기까지 사건의 전말로 향하는 이야기를 미스터리 소설로 풀었다아무런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 유령 같은 존재 오단의 해적 입단을 시작으로 사회정화 사업을 진행하는 오단을 통해 우리는  사회의 부조리에 간접적으로 도달하게 된다.


주원규 작가의 소설은 필력에서 강점을 보이지 않는다그러나 『특별관리대상자』 역시 전작  《메이드  강남》처럼 화려한 영상미와 속도감은 매우 좋은 편이다. 2017 방영한 tvN 드라마 《아르곤》을 집필하고, 2019 《반인간선언》을 원작으로  OCN 오리지널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을 기획한 작가의 이력으로도   있듯 그의 소설은 언제가 영상으로의 재생산을 염두에 두고 집필한 것만 같다문장은 조금 아쉽지만 재미만큼은 보장된 작가다특히 《메이드  강남》과 신간 『특별관리대상자』를 읽어보면 사회파 소설로서의 면모를 보이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이나 현상들을 경쾌하게 풀어간다물론 이번 신간 역시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다분하지만책의 말미에 과연 인간에게 인간을 심판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과 함께 인공지능 시스템의 필터링이 인간의 합리성을 넘어선다는 전제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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