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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4 - 이카로스 최후의 도약, 완결 ㅣ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3월
평점 :
3196. 이케이도 준 『한자와 나오키4』 : 인플루엔셜
파산 직전에 놓인 TK항공의 재건 논의는 이전 정부부터 시작되었다. 정부는 회생의 노력조차하지 않고 방만한 경영을 지속하는 TK항공에 재무개선과 같은 자력 회생 방안 대신 지난 시간 쌓인 채무를 탕감해 주는 쪽으로 재건의 가닥을 잡는다.
도쿄 중앙은행 본사 영업2부의 차장으로 복귀한 한자와는 은행장으로부터 파산 직전의 TK항공 재건 심사에 대한 검토를 맡으라는 지시를 받는다. 우여곡절 끝에 중앙은행 본사로 복귀한 한자와인만큼 이번 TK항공 재건 심사 건은 시작부터 꺼림칙한 부분이 많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건에 대한 논의 중 정권이 바뀌며, 집권당의 국토교통성 대신 시라이 아키코는 TK항공 수정재건안을 전면 백지화한다.
새로운 집권당에서는 TK항공 재건과 관련한 쾌거를 위해 태스크포스의 본부장인 노하라 쇼타를 앞세워 채권 은행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여전히 방만한 경영을 일삼는 TK항공에 70% 채권 탕감을 요구한다. 중의원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진정당(집권당)은 은행에서 제시한 재건안은 검토도 하지 않은 채 여론을 등에 업고 자신들의 계획을 일사천리로 진행한다.
굵직한 부정 사건들에 연루되어 개인과 기업의 비리를 타파했던 한자와는 TK항공의 재건안이 회생 가능한 확률이 높음에도 채무 탕감안을 거세게 요구하는 진정당의 행동에 의심을 품는다. 한자와는 진정당의 요구에 반발하지만 며칠 후 은행의 임원들은 채권 포기를 재검토하라며 전정당의 요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짧은 시간 TK항공 재건안은 급물살을 타듯 빠르게 물거품이 되고 집권당에서 주장하는 채무 탕감안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사이 한자와는 눈앞에서 사라지게 될 거대한 자본에 감춰진 비밀과 음모를 직감한다.
대기업의 파산과 채권자인 은행의 재건안, 그리고 정부의 회생 카드는 어쩐지 1997년의 한국을 떠올리게 한다. IMF 이후 수많은 기업들이 줄 도산했고, 크고 작은 금융사들이 슈퍼 뱅크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또 얼마나 많은 비리와 부정 축적이 있었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부정부패한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작가 이케이도 준은 한자와 나오키를 통해 낱낱이 고발한다.
한국에 《미생》이 있다면, 일본엔 《한자와 나오키》가 있다. 도쿄 중앙은행 본사에 입사한 애송이 한자와를 그린 『한자와 나오키1』은 신입사원 한자와가 도산 기업의 비리에 연루된 은행 내부의 임원에 맞서며 고군분투하는 청년 나오키를 그린다. 시리즈를 거듭하며 성장한 나오키가 어느새 도쿄 중앙은행 본사 영업2부의 차장으로 복귀한 『한자와 나오키4』는 정부, 정치인, 고위 관료들과 상대하는 히어로가 된 한자와의 성장을 통해 독자에게 더 큰 성취감을 안겨준다.
본격 샐러리맨의 이야기를 담아 국내에서 폭풍적인 인기몰이를 한 《미생》에는 분명 ‘스텝 바이 스텝’이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직장인들의 실제 모습을 그대로 반영했고 독자들은 열광했다. 반면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의 장점은 ‘한방’에 있다. 외부의 적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내부의 적까지 가세하여 한자와를 괴롭히는 가운데 주변에 모여든 소소한 인물들의 도움으로 한자와는 성장한다. 조금은 진부한 형태의 권선징악 스토리지만 끝내 터지는 제대로 된 한방은 이 소설의 백미이며, 명확한 기승전결과 단순한 문체에서 오는 높은 가독성이 장점으로 꼽힌다.
아쉽게도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는 이번에 출간한 『한자와 나오키4 : 이카로스 최후의 도약』으로 막을 내린다. 앞으로 은행원 한자와의 활약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일드에 관심이 있다면 올해 4월에 방영되는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 시즌2에서 한자와의 활약을 다시 만날 수 있다.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 시즌2는 소설 《한자와 나오키》 3~4권이 원작이라고 하니 소설과 드라마를 함께 보는 것도 즐거운 여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