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 -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이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3164. 이현우 『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 : 청림출판


문학은  시대를 읽는 주요한 인사이트로서 기능한다그뿐만 아니라 교시적쾌락적종합적 기능을 함께 하는데독자에게 교훈을 주고 인생의 진실을 보여주어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것을 교시적 기능이라 하며독자에게 정신적 즐거움과 미적 쾌감을 주는 것을 쾌락적 기능이라 한다그리고 독자에게 정신적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인생의 의미와 진실을 깨닫게 하는 것을 종합적 기능이라고 한다 권의 문학을 접함으로써 삶을 통찰하고 사유하는 것은 독서가들에게 축복이 아닐  없다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문학의 기능을 제대로 작동시키고 그것으로부터 상호작용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방점을 찍을 필요가 있다.


현재 나의 독서 생활에 있어 반복된 패턴은 장르문학에서 시작하여 세계문학을 거쳐 한국 현대문학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는 점이다세계문학은 고전문학을 주로 읽고 있으며 한국문학은 60년대에서 90년대 사이의 문학에 관심이 많다이렇게 나보다 윗세대의 문학을 접하다 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상식 이상의 지식이 필요할 때가 있다이러한 지식들은 문학을  풍부하게 즐길  있는 중요한 요소이며 동시에 보다 깊은 통찰과 사유로 이어지는 요소이기도 하다.


저자 이현우는 한국문학을 전공하지 않았고 실제 현장비평에도 관여하지 않은 처지에서 한국문학에 대한 특별한 발언권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도그렇지만 강의를 기획하면서 세계문학에 관한 오랜 강의 경험이 한국문학에 대한 색다른 견해와 평가를 갖게 해주지 않을까 라며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다『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은 로쟈라는 필명으로 러시아문학이나 세계문학에 대해 집필하고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강단에 오른 저자가 한국현대사와 함께 한국현대문학사를 나름대로 음미하며 전체적으로 반영론적인 관점에서 작품을 읽고 평가한 책이다.


한국 전후문학의 시작인 50년대를 돌이키며저자는 50년대를 대표하는 동시에 가장 이례적인 작가로 손창섭을 꼽았다《비 오는 날》《잉여인간》《신의 희작》 등의 대표작은 한국전쟁 이후 폐허  현실과 가장 맞아떨어졌다. 70년대 초반에 일본으로 건너가 다시 돌아오지 않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그의 작품에, ‘한국전쟁의 폐허가 낳은 ‘너절한 인간들 한계와 가능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손창섭을 시작으로 6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에는 남한과 북한 체제 모두를 거부하는 ‘회색인간 의미와 한계라는 평으로 《광장》의 최인훈 작가와 전혀 다른 문학의 길을 제시한 한국의 발자크라는 평으로 《관부연락선》의 이병주 작가가 이름을 올렸다. 60년대 마지막 대표주자는  역시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인 《무진기행》의 김승옥 작가가 이름을 올렸고 저자는 ‘순수에서 세속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포착한 현대인의 증상이라는 평을 덧붙였다.

이어지는 70년대는 《삼포 가는 길》의 황석영 작가《당신들의 천국》의 이청준 작가《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조세희 작가가 이름을 올렸고, 80년대엔 《젊은 날의 초상》의 이문열 작가《낯선 시간 속으로》의 이인성 작가가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9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는  명만이 이름을 올렸는데 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생의 이면》의 이승우 작가다저자는 ‘아버지와 어머니 없이 ‘ 비어 있는’ 현대인을 위로하는 문학.’이라는 평을 남겼다.


국내 작가 중에 존경하는 작가를 묻는다면   고민하지 않고김승옥이승우이청준황석영을 꼽는다『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에서 다룬 한국문학 10인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존경하는 작가들에좋아하는 작품들을 해설하고 이전의 비평가들과는 사뭇 다른 시각을 선보인  책은 한국 현대문학을 다룬 책들 중에서도 유난히 마음에 남는 책이다.


대체로 낯익은 작가와 읽은 작품들이 나왔지만아직 접해보지 못한 작가와 작품들도 적지 않아 『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에서 다룬 모든 작가와 작품을 천천히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독서가라면한국 현대문학에 관심이 있다면『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과 함께 저자가 다룬 거장과 명작들을 차례로 만나보는 것도 의미 있는 여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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