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블랙에디션)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이석원이라는 사람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아예 몰랐다.
그는 이름만 들어본 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멤버라고 한다.
그러한 사실과는 무관하게, 이 책은 가수로서의 그가 아닌 그냥 한 인간으로서의 그를 담담히 서술한 책이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그의 일기장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가 있다.
크게 별 게 있는 건 아니지만, 피식피식 웃게 되는 그런 소소한 재미와 인생의 씁쓸함 등이 담겨있다.
이 책을 낸 저자는 웬지 세상에 한가운데 까발려진 느낌이 들 것 같은데...아니려나?
자기의 가장 깊은 속내를 덤덤하게 써내려가고 그것을 발표하고는 오히려 홀가분 했을까?
뭐, 인간은 이중적인 존재니까.
감추고 싶어하면서도 드러내고 싶어하고, 혼자이고 싶어하면서도 외로움에 치를 떨기도 하는 그런 존재.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주사 맞는 건 여전히 무섭듯이 사람 사귀는 법 또한 저절로는 터득이 안 됩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돈과 친구의 공통점은 갖고 싶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언젠가는 고민을 하다하다 그저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인정을 하고 말았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아버지는 원래부터 친구가 중공군처럼 많은 분이셨고, 나는 단지 소수의 친구만을 가진 채 살아가야 하는 성격과 팔자를 갖고 태어났을 뿐이라고 말입니다.

어릴 적 비슷한 말, 반대말을 공부할 때 얻은 것의 반대말은 잃는 것이라 배웠는데 이 둘의 강도가 왜 서로 등치되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 왜 같은 값이면 기쁨보다는 슬픔, 혹은 불안, 걱정이 더 센 것이며 사랑보다 미움과 원망이 더 진하고, 획득하는 것보다 상실이 더 크게 와 닿는 것일까.

로망이란 어쩌면 단지 꿈꾸는 단계에서만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토록 바라던 많은 것들이 실제로 내 것이 되었을 때, 상상하던 만큼의 감흥을 얻었던 적은 많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중요한 건 이루어낸 로망보다는 아직 이루지 못 한 로망이 얼마나 남아 있는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꿈을 품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인 것이다.

하루하루 법벌이에 허덕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막연히 염원하던 큰돈이 생겼다고 치자.
그때의 기분은 이럴 것이다.
개학을 하려면 아직 제법 많은 날이 남아 있는데 방학숙제를 미리 다 해놔서 아무런 마음의 짐이나 부담이 없이 편안하게 아침 눈을 뜨고, 뜨고 나서도 뭔가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다시 한번 곱절의 편안함을 느끼며 온돌바닥에 나른히 몸을 뉘던 어린 시절 그때 그 순간 말이다.
순도 100%의 마음의 평화, 여유, 뭐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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