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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4월
평점 :
여학교에서 일어난 선생과 학생의 섹스 스캔들.
스캔들이란 것이 항상 그렇듯, 사건의 주인공에게 이목이 집중되지만, 그 누구도 진실을 제대로 알지는 못 하고 의혹과 상상만 뭉게뭉게 피어나 진실은 가려진 채 소문의 몸집만 거대해지고 왜곡된다.
인상깊었던 점은, 되려 스캔들 주인공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내는데 반해, 스캔들을 입에 담는 이들은 그들이 완전히 망가졌고 나락으로 떨어진 인생을 살게 될 것이라 쑥덕거린다.
그 쑥덕거림에는 금기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도 있지만, 부러움, 시기, 질투도 함께 있다.
그렇지, 우리는 항상 금기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지.
언제부터 호기심을 갖느냐고 물으면 어렵다.
기억할 수 없을만큼 아주 어린 아이일 때부터이니 말이다.
인간은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것, 위험하다는 것을 궁금해하고, 그 주위를 맴돌곤 하며 커가니 말이다.
금기에 대한 우리의 이중성을 새삼 깨닫게 되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호하다.
상황을 세세하게 묘사해주는 데도 불구하고, 뭔가 모를 모호함이 가득하다.
그리고 종국에 가서는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연기인지, 누가 배우이고 누가 현실 속의 등장인물인지까지도 분간이 어려워진다.
시간과 공간이 계속 왔다갔다하며 등장인물들이 쉴 새없이 바뀌는 통에 소설을 읽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이런 류의 소설에 약한 나는 사실 정신을 곧추세워도 이야기를 따라가고 이해하기가 버거웠다.
어쩌면 작가가 그것을 의도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들이 십대들의 날카롭고, 호기심 넘치고, 비밀스러운 부분들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