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요일에 하자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3월
평점 :
문 닫기 일보 직전의 술집을 운영 중인 배베이스, 경제사범으로 쫓기고 있는 박타동, 남편의 폭력에 이혼 후 홀로 살다 대장암 수술을 한 라피노, 음악의 끈을 놓지 못 하고 밤마다 레스토랑이나 술집에서 라이브를 하는 리콰자, 룸싸롱을 전전하다 고향에 내려온 니키타, 그를 찾아 전주에 내려온 전직 텐프로 아가씨 김미선.
누구 하나 변변한 사람이 없는 이들이 밴드를 결성한다.
그 이름하여 [수요일에 하자].
술이나 퍼마시고 나잇살 먹어서 기타줄 튕기며 노래하는, 남들 보기에 정신 못 차리고 사는 것 같은 이들의 삶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들에게 음악은 무엇일까?
그들의 사연과 사정을 듣고 있자면 답답하고 한숨이 절로 나지만, 그 벼랑 끝에서도 열정이 있다는 것, 서로를 저버리지 않는 의리가 남아있다는 데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으로 가득차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이글스의 데스페라도,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 딥 퍼플의 스모크 온 더 워터,
레인보우의 템플 오브 더 킹 등의 기성곡으로 시작해서, 밴드의 자작곡인 [검은 바다], [노래 불러], [철수야 놀자], [쓰나미로 온다]로 절정을 찍고, 블루스를 연주하며 끝이 난다.
책을 읽고는 책에 나왔던 기성곡들은 내 플레이리스트에 넣어서 들어보고 있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럴 것 같다.
소설에는 가사 뿐이지만- 검은 바다는 기타 코드가 있긴 하지만- 그들의 자작곡도 진짜로 들어보고 싶었다.
암울한 현 세태를 반영한 그 노래들이 실제로 있다면 어떤 소리를 낼까.
들리지 않는 소리에도 나는 움직였다. 그들이 원하던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