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발랄한 7세 소녀의 할머니 유언 집행기.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작년에 인기를 끌었던 [오베라는 남자]의 작가인 프레드릭 배크만이 올해 낸 새로운 소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오베라는 남자]가 올해 영화로도 제작된다고 하던데,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도 스웨덴 작가의 소설이었고, 영화화 되었었는데...요새 스웨덴 작가들이 잘나가는 듯하다.
사실 난 그의 전작을 읽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보니 오베~ 도 이런 독특한 캐릭터의 주인공이 이끌어가는 따뜻한 이야기이겠구나 싶어 영화가 나오기 전에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표지의 빨강머리에 파란 눈, 볼 위에 살풋 주근깨가 앉은 이 소녀.
정말이지 엘사는 저렇게 생겼을 것만 같다.
야무지고 표정과 돌아가는 법을 모를 것 같은 저 동그란 눈.
머릿 속에 수만가지 멋진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통통 튀는 매력의 소녀 엘사.
그 통통 튀는 생각과 언행 덕분에 학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항상 바쁜 엄마, 새아빠, 그리고 곧 태어날 이복동생 문제까지...7살 아이의 인생도 얼마든지 험난할 수가 있다.
하지만 그 험난함을 이겨낼 힘을, 유머를 안겨주는 한 사람! 할머니!
모든 아이에게는 슈퍼히어로가 필요하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할머니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괴짜지만, 나도 갖고 싶은 할머니이다.
실제로도 슈퍼히어로같은 삶을 살았던 할머니는 미안한 사람도 유난히 많았다.
그런 할머니를 대신해 할머니의 사과편지 배달에 나서게된 엘사.
그 과정에서 갈등관계에 있던 등장인물들의 사연을 알게 되면서 갈등이 해소되고, 자기 이야기를 이 어린 소녀에게 털어놓은 사람들은 의외의 치유를 받게 된다.
한 사람, 한 사람 닫혔던 마음이 열리는 그 때 나의 마음도 열리고 너그러워졌다.
마지막에 관계를 회복하게 되는 모녀의 상봉 장면에서 눈물 줄줄 흘리고, 마지막에 엘사에게 보내는 할머니의 편지-주글 수 밖에 없어서 미안해. 주거서 미안해. 나이 먹어서 미안해. 너를 두고 떠나서 미안해......중략- 에서 눈물 한바가지 더 흘렸다.
나도 할머니가 보고싶다.
바쁜 엄마대신 내 곁을 항상 지켜주셨던, 투덜쟁이셨지만 사랑스러우셨던, 엘사의 할머니처럼 담배를 피우셨지만, 내가 좋아했던 유일한 흡연인이었던 우리 할머니가 나도 보고싶다.
요즘 아이들에게 어렸을 적 살던 집, 할머니 얘기 등등을 했었는데, 이 책까지 읽으니 정말 눈물샘 폭발.
눈물 줄줄 빼는 신파가 아닌데도 책을 덮고난지 4시간이 지난 지금 책내용을 떠올리니 또 눈물, 콧물이 줄줄 나온다.-_-;;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그래, 사랑스럽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책이었다.

우리는 남들이 우리를 사랑해주길 바란다. 그게 안 되면 존경해주길. 그게 안 되면 두려워해주길. 그게 안 되면 미워하고 경멸해주길.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남들에게 어떤 감정이라도 불러일으키길 원한다. 우리의 영혼은 진공상태를 혐오한다. 무엇에라도 접촉하길 갈망한다.

뭐든 다 완벽할 필요는 없어요, 엄마. 세상에 완벽한 슈퍼히어로는 없어요, 엄마.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