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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평점 :
일단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라는 제목과 표지의 남자가 한 손에 사직서를 들고 넥타이를 풀어헤치는 저 모습에서 해방감을 느꼈다.
난 이제 고작 재취직한지 8주가 되었을 뿐인데?;;;;;
이 이야기는 취직한지 얼마 안 되어 좌절감을 느끼는 한 청년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한 친구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
책 내용이 심오하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현실 속 직장인의 심경을 잘 표현하고 있다.
윽박지르는 상사, 선배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맞는 뒷통수, 끝없는 야근, 좌절, 좌절, 좌절.
저녁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나라 뿐이 아닌가보다.
우리나라에서 [미생], [송곳]이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일본에서 이 책이 직장인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아 35만부나 판매되었다고 하는 걸 보면 그 쪽 상황도 우리나라처럼 팍팍하긴 매 한가지인가보다.
나는 사실 이제는 윽박지르는 상사도 없고, 야근도 없다.
일반적인 직장 생활에서 느끼는 에로사항이 거의 없어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소설 속의 주인공의 월화수목금토일의 심경이 와닿는다.
현재 나의 동거인이 그러한 심경을 처절하리만치 비슷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월- 죽고싶다"만 빼면 말이지.)
난 내 아이들에게 성실함을 심어주고 싶지만, 그와 동시에 도망치는 법도 반드시 알려주고 싶다.
너를 힘들게 하면, 죽고싶을만큼 힘들게 만들면 그것은 바른 길이 아니니 도망치라고.
네 곁엔, 네 뒤엔 항상 우리가 있으니, 혹여 세상이 너를 패배자라 손가락질해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너에겐 잠시 쉬었다갈 자리가 있으니 걱정말라고.
잠들어 버리면 오늘이 끝난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내일이다.
잠들고 싶지 않다. 자지 않으면 내일은 오지 않는다.
"나는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바꾸기는 커녕 이 사회 하나, 이 부서 하나, 마주한 사람 한 명의 마음조차 바꿀 수 없는, 이토록 보잘것 없고 장점 하나 없는 인간이 나예요. 하지만 이런 나라도 한 가지만은 바꿀 수 있어요. 바로 내 인생입니다.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것은 어쩌면 주변의 소중한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것과 이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가장 원통한 건 말이죠, 그 아이에게 소중한 것을 가르쳐 주지 못한 일이에요. 도망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어요. 나는 그걸 깨닫지 못했어요. 그 아이는 어릴 때부터 성실하고 어떤 일이든 열심히 했죠. 나도 남편도 늘 힘내라, 열심히 해라 격려하면서 길렀고요. 괜찮아, 너라면 할 수 있으니까 힘내라고 말이에요."....."가장 마지막에 그 아이와 전화로 이야기했을 때, 내가 말했어요. '괜찮아, 너라면'이라고. 정말로 무책임하죠. 그 아이는 이미 괜찮지 않았는데. 정 안 되겠으면 그만둬도 된다고 말해주지 못했어요. 그 아이의 괴로움을 알아채 주지 못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