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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 세탁소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23
한진희 지음 / 북극곰 / 2025년 7월
평점 :
[서평] <선녀 세탁소> 한진희 그림책 북극곰
모든 엄마들이 하는 말 아닐까? 엄마의 하루를 궁금해하는 딸아이의 모습과 엄마가 없는 사이 라면, 양치는 안 한 건지 소파에서 잠든 아이들과 아빠의 모습 옆으로 엄마의 젊은 시절 사진, 아이의 그림, 가족사진들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기에 실수투성이의 엄마인데도 두 아이에게는 늘 궁금하고 사랑하는 엄마라고 찾아줘서 고맙다.
그림책을 보다가 결혼앨범과 연애 시절 사진을 찾아보았더니 남편과의 연애 시절 그리고 우리의 결혼사진을 보며 둘째아이가 이 사람은 누구냐고 묻는다. 싱그러운 미소로 사진을 찍어주는 남자친구를 사랑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표정이니 평소 엄마와 더 달라 보인 탓이겠지.
MBTI가 F인 나는 드라마, 영화를 보고 꺼이꺼이 목 놓아 울던 소녀 감성 충만한 사람이었으나 남편과 아이에게는 T로 가정을 지켜내고 있다. 상냥하고 애교 많던 여자친구가 지금은 퉁명스러운 날이 많아서 남편은 첫째 태어난 이후 “이제 날 사랑하지 않아?“라고 묻기까지 했다. 그때는 호르몬 영향으로 남편이 진짜 남 같았고 아이가 겨우 잠든 시간에 퇴근해 돌아와 다시 깨워서 진짜 내가 울고 싶던 적도 여러 번이었다. 새벽에 내가 다 케어하는데 왜 남편은 자꾸 아프다고 하는 건지 이해 안 되는 날도 많았다. 호르몬의 변화는 진짜 무섭다.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시간들이니 말이다.
두 아이가 조금 큰 뒤, 어린이집, 유치원에 그리고 친정부모님께 하원을 부탁드리고 일을 시작했고, 5일 이상 지방 출장을 가기도 했다. 내가 바쁜 시기가 될 때면 둘째는 늘 고열, 많이 아팠다. 지금은 또 조금 더 컸다고 출장 간다고 하며 약간 반기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친정엄마는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하는 거라고. 돈 벌지 말고 집에서 아이들을 케어하는 게 돈 버는 거라고 말씀하시지만 나는 선녀 엄마처럼 가정의 살림을 돌보는 일은 너무 큰 스트레스가 된다. 요리해줬는데 두 아이가 맛있게 안 먹으면 그게 또 화가 난다.
그래도 가능하면 두 아이 곁에 있으려고 풀타임 근무보다는 재택으로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찾게 된다. 두 아이가 하원, 하교를 하는 시간은 너무 빠르게 다가온다. 한참 집중해서 일하다 허둥지둥 달려가다 보니 주변 아이들의 친구 부모님이 대신 아이들을 돌봐 줄 수 있으니 이야기하라고 말씀해 주시기도 하고 저녁까지 다 먹여서 보내주시기도 해서 죄송하고 감사했던 날도 여러 번이었다.
아이들을 누군가에게 부탁하고 바삐 뛰어다니며 일을 마치는 날이 더 많지만 오랜만에 그리 좋아하던 예술의전당에서 친구와 공연을 보고 감격했던 순간과 혼자서 영화관에 가서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 두 편을 연달아 봤던 날도 생각난다. 내 가족이 아무도 없던 처녀 시절처럼 온전히 콘텐츠에만 집중하기란 어렵지만 그래도 나만을 위한 그 시간, 대화가 통하는 친구와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에 더 아끼고 느끼려 한다.
아이들에게 늘 자기 자신이 제일 소중하다. 사랑해야 하는 1번은 내 자신이어야 한다고 이야기해준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아이들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지금도 여전히 매일밤 사진, 영상을 보고 있지만 말이다.
이 땅의 모든 엄마, 그리고 출산 이후 변화된 아내에 적응하느라 바쁠 아빠들께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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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제공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