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돌이에요
지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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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3세 둘째와 등원할 때면 탐험가 또는 곤충학자가 되는 기분이다. 바닥을 기어가는 공벌레와 자기의 몸짓보다 큰 먹이를 지고 가는 개미, 촉촉한 흙을 찾으러 가던 중 말라버린 지렁이 사체를 마주하고 관찰하면서 둘째는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지우 작가도 이번 그림책을 쓰게 된 데에는 길을 걷다 뚱한 마음에 돌을 걷어찬 이후 가만히 돌을 들여다보다 그의 긴 시간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요즘에는 반려동물 키우기와 더불어 식집사, 반려돌 키우기 또한 유행이다. 변하지 않고 고요한 나만의 반려돌에게 힘든 일을 털어놓다보면 평안함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돌이 지금의 상태가 되기까지 얼마나 구르고 깎이고 잠기고 차이는 수많은 과정을 지나왔을지 생각하면 지금 나의 힘든 시간은 별 게 아니구나 생각하게 된다는 기사를 읽는다. 이 기사 속 반려돌 키우는 사람들과 지우 작가의 그림책의 돌이 연결되며 진짜 돌에게 생명이 있다는 착각이 생긴다.
나와 마주친 지금의 돌이 어디에서 시작돼서 여기까지 오게 됐을지 아무도 모른다. 나무에 나이테가 있고 그 나이테 속에 어제의 일이 새겨졌듯이 돌에도, 흙과 모래에도 어제를 기억하는 시간이 담겨있지 않을까?
작가가 모아놓은 돌이 마주했을 순간들이 재밌기도, 아찔하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집에 두 아이가 주워와서 눈과 입을 그려넣어 한켠에 고이 내려놓은 여러 개의 돌을 바라보며 다시 구르고 돌아다닐 수 있도록 세상에 내려둬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있는 동상들이 밤12시가 되면 산책을 한다거나 독서를 하고 칼을 쥔 손을 바꿔들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웃음 지어지기도 한다.
지우 작가님의 그림책을 보면서 무생물이지만 비와 바람 뜨거운 햇볕, 어쩌면 더 뜨거운 용암 속에서 나왔을지도 모르는 돌의 시간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고된 그 삶보다는 상대적으로 아주 평온한 내 삶에 감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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