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 안 돼? 작은 곰자리 74
시빌 들라크루아 지음, 이세진 옮김 / 책읽는곰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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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를 맹신하지는 않지만 검사 결과 T가 아닌 F가 들어가 있는 나는 눈물과 가까운 편이다. 영화와 드라마, 책을 보며 우는 일도 흔하고 음악, 라디오를 듣다가도, 전시회에서 그림을 보다가도 울컥한다.

그런 내가 두 아이를 양육하며 제일 자주 했던 말은 “엄마는 우는 거 싫어해. 제발 울지 말고 왜 우는지 말을 해.”였다. 징징거리는 소리, 아이의 우는소리 모두 참아내기가 너무 힘들었다.
울음소리를 삼켜내는 아이를 보다가 앞으로 살아갈 날 중에 눈물 날 일도, 속으로 눈물 삼킬 일도 더 많을 텐데 집에서도 편히 울 수 없으면 어쩌나 싶으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 소리 들으며 고민을 들어주면서 아직 표현법도 서툴고 감정 조절을 배워가는 어린 내 아이들에게 너무 차가운 엄마였던 것이다.
신랑도 유독 냉정하고 차가운 태도의 내 모습을 보며 “유아교육과 나온 사람이 왜 그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전공 발언이 여기서 왜 나오냐 투덜댔지만 그가 그럴 법했다. 반성하자.

두 아이와 책을 읽으면서 어떤 부분이 나와 같아 보였는지, 가장 인상적이었는지 물어보았다.
첫째는 매달릴 품으로 달려가는 장면을 꼽았고, 둘째는 우산 속에 있는 장면을 꼽았다. 그리고 빗방울처럼 눈물방울이 가득한 간지가 인상적이라고 한다.
첫째는 좋은 일, 화나는 일, 서운하고 눈물 나는 일 모두 엄마와 나누는 게 가장 좋은 아이라서 그 그림이 공감됐을 것이고, 둘째는 쨍한 날은 놀이터에서 실컷 놀 수 있고, 비 오는 날 우비를 입고 우산을 들고 장화까지 신으면 힘이 솟는 아이여서 자신과 닮은 장면을 골라낸 듯하다.

얼마 전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째 아이는 낯섦과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지만, 또래 사이에서 친구를 만들기 위해 용기 있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좋은 반응만 얻기는 어렵다는 것도 알아가는 중이다. “나도 같이 놀고 싶어.” 이야기를 건넨 첫째에게 “내가 너보다 언니다. 너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으니 저리 가!”라며 밀쳐졌다고 했다. 눈물이 나려 했지만 꾹 참고 자리로 돌아가 앉아 있었다고 했다. ‘같은 반인데 왜 언니라고 했을까? 나의 어떤 행동이 친구를 정신없게 했을까? 나는 같이 놀자고 말 한마디 했는데..’ 생각하고 다시 생각해 보면서 눈물을 삼켰다고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다른 친구가 다가와 같이 게임을 하겠냐고 물어봐 주었다는 거다. 그림책에도 그렇게 슬퍼하는 아이의 옆에 가만히 기다려주는 친구의 모습이 나온다.
기쁠 때뿐 아니라 내가 슬프고 아플 때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1명이라도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친구가 다 날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도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살아가면 좋겠지만 앞으로 받을 상처들이 더 많을 테니 잘 치유하고 회복하는 방법을 배워갈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 그리고 이제는 울지 말아라 하기보다 내 품에서는 언제든지 펑펑 쏟아내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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