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그렇게 납작하지 않아요
김나리 지음 / 책나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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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모님'은 여성을 높이 부르는 말로 사용될 때도 많지만,엄마가 나간 '사장' 모임에서도 누군가 엄마를 사모님이라고 하더란다. 엄마는 그때부터 쭉 '사장이 난데 누가 사모요?' 말하기를 실천하고 있다.
나를 이루어진 세계 - 사장이 난데 누가 사모요? 12p"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대되었고, 여성 기업가 또한 늘어났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여성 대표, 특히 젊은 여성 대표와의 첫 대면에서 사장, CEO로 인사를 건네는 경우가 드물다. 김나리 작가처럼 실제로 아가씨로 불리는 일이 일반적일 것이다. 김나리 작가의 어머님처럼 아닌 것은 아니라고, 내가 사장인데 왜 사모라 하느냐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끝까지 서로 민망한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에 밝히지 않고 돌아오는 대표도 있을 것이다. 배려라 생각해 웃으며 그냥 지나쳐 온 행동이 변화의 시간이 더디 가도록 했을지도 모른다. 여성 CEO들은 김나리 작가의 어머니처럼 당당하게 스스로를 사장이라고 외칠 필요가 있다. 나 스스로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앞으로 세상에 나오게 될 여성 기업가 후배들을 위해서 말이다. 용기를 내어 나의 자리를 지키자.

"'김 변호사'라고 부르는 아이에게 어른들은 자기 속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나는 끄덕끄덕 들을 뿐이었는데,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웃었다.
나를 이루어준 세계 - 내 별명은 김 변호사 39p"

"감정노동은 적게, 말은 예쁘게, 마음은 따스하게, 태도는 적당히 존중받을 수 있는 만큼. 딱 이 스탠스를 갖고, 조금 편하면 원래 내가 갖고 있는 어설픔을 약간 풀어놓으면서 스치는 사람들과 필요한 대화를 한다.
내가 만드는 세상 - 말을 참 예쁘게 해. 177p"

김나리 작가님처럼 내게도 내가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는 주변인들이 있었다. 대체 왜 나에게 묻는지 알 수 없었고 진실로 그들이 내 대답을 귀담아들었을지도 알 수 없다. 나도 내 앞길을 모르고 내가 해답을 알고 있지도 않은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그들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다. 무작정 다가오는 것이 싫어서 가시 세워 말을 던진 적도 꽤 많다.
그들에게 나는 감정 쓰레기통이었을까? 모르겠다. 그들은 털어놓고 가벼워졌겠지만 나는 그 감정이 그대로 남겨져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이제는 사회생활을 통해 적당하게, 다른 사람의 무례함까지도 잘 받아넘기는 내가 되었다. 좋은 사람과 아닌 사람을 분별하고 피해야 할 때는 웃으며 우회하거나 불쾌할 상황을 피할 줄도 알게 됐으니 다행이다.

"최근에 '주인의식'을 강요하는 상사에 대한 글을 읽었는데, 동료들은 모두 자기 자신을 주도하고 있으며, 자기 자신의 일에 대해서도 오너십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기준들로 평가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 질문들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이 동료라서 기쁘다.
내가 만들고 싶은 세계 - 이걸 꼭 말로 해야 돼? 124~125p"

"미래에 그 사업을 위한 리소스가 준비되면 할 수 있다는 맥락의 말씀을 하셨다. 함께하는 주니어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세계 - 나리 님은 멘토가 있어요? 134p"

명함 등록 앱 게시판에서 '주인의식'에 대한 비난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일개 직원인 내게 주인의식을 갖기를 바라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글쓴이와 댓글을 단 사람들 모두 주인의식을 가지란 그 말에 반발했고 불쾌해했다.
주인 의식의 국어사전 뜻을 보면 '일이나 단체에 대하여 주체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이끌어 가야 한다는 의식'이라고 쓰여 있다. 주체가 되어 책임감을 갖고 이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육아로 경력단절이 됐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개인적으로 어떤 일을 하건 그 일을 시작함과 동시에 그 프로젝트,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도를 가져야 한다. 마음을 움직이면 능률은 더 오른다. 선한 영향력이 모이고 모여서 최상의 결과를 도출해낸다.
그래서 나리 님이 직원들과 직접 만들어내는 평가 문항 작성의 사례를 더 많은 기업에서 적용했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버스가 왔다. 노인, 유아차에 아이를 동반한 사람, 장애인이 먼저 탑승하자, 남은 사람들은 탈 자리가 없었다. (중략)
그리고 남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내 옆 사람이 나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이런 날이 있어서 너무 좋아요. 파업이 있을 때나 가능한 경험이잖아요."(중략)
그 후로 나는, 내가 어떤 사회에서 살더라도 그 뿌듯함을 전하는 사람이 되리라 다짐했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세계 - 뿌듯함을 전할 기회 129p"

""Respekt, Kommunikation und Brot" 존중, 소통, 빵 그리고 그 세계의 주제로 몇 시간을 이야기했다.
내가 만나는 세상 I -독일의 이것들이 그리웠다. 148p"

초등학교 때 겪은 교통사고 트라우마로 운전면허 국가고시 획득을 시도조차 해본 적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도보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임산부 배려석과 노약좌석 해당 사용자 없을 시 자리 비워두기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아 보면 사용하고자 하는 이의 대부분이 비어 있을 때는 해당됨 없음이더라도 자리를 이용하고 후에 관련자가 탑승했을 경우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좋겠다 답변한 이도 꽤 많다. 장애인의 탑승으로 시간이 지체, 지연된다면 그 상황에서 얼굴에 선 그음 없이, 깊게 이마 주름 잡지 않고 묵묵하게 기다릴 수 있을지 실험카메라를 찍는다면 당신은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은가? 김나리 작가가 어떤 사회를 살던 뿌듯함을 전하며 살고자 다짐하고 실천하고자 한 것처럼 많은 이들이 작가와 연대하기를! 나 스스로도 그러하기를 바라본다.

"아버지는, 엄마가 내려가면 그 시간만큼은 엄마 만을 위해서 쓰셔." "아버지는 주로 뭐 하는데?" "같이 쉬고 집안일하고 산책도 가고 노는 거지." 부부란, 이렇게 같이 놀면서 서로를 돌보는 사람들인 것 같다.
내 세상이 된 사람 - 따로 사는 부부들 300p"

"소소한 일상의 기쁨들을 다시 찾게 되면서 나는 앞으로 인생에 펼쳐질 새로운 일들을 기대하게 됐다. 나는 그동안 인생이라는 산을 오른 것이 아니라, 트레킹 하며 매 순간의 경험으로 살았던 거다.
내 세상이 된 사람 - 인생의 트레킹 331p"

"나는 그렇게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내 삶을 납작하게 보지 않는 사람들 손에서 컸다.(중략)
그런 따스한 사랑이 나를 키웠다. 그래서, 나 힘들면 적당히 거리에서 마냥 쓰다듬어주는 그런 사랑에 나는 익숙하다.(중략)
그래서 나도 삶에서 스치는 사람들에게 따스하려고 한다. 세상에는 그것으로 자라는 아이들이 있다.
내가 만드는 세상 - 백반집 사장님 200-201p"

한 영화감독이 타인보다는 나의 가족에게 친절하고 다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 가족보다 소중한 건 없지. 그렇기에 그들에게 더 표현하고 아껴줘야 하는 것이 맞지' 싶으면서도 편하다는 이유로 상처되는 말을 주고받았던 일들을 되돌아보며 반성한다.
김나리 작가님의 글에서도 언급되는 사랑의 따스함은 여러 사람을 변화시킨다. 가족에서부터 이웃, 그리고 사회까지 그 흐름이 이어진다.
그중 내가 선택해 가족이 된 남편과 우리의 사랑으로 태어난 두 아이에게 더욱 잘해야겠다 다짐한다.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거닐 때에도 손잡고 끌어주기도 하고, 등을 밀어주며 함께 호흡하는 파트너, 서로를 아끼고 돌보며 말이다.
큰 돌풍까지는 아니고 아주 작은 흔들림을 주는 미세한 바람이겠지만 뜨거운 사랑이 아니더라도 따스한 사랑, 소소한 일상, 적당한 거리에서 지키는 선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걸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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