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먹는 아이
도대체 지음 / 유유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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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인 줄 알았는데 하나로 연결된 장편이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나와 이웃의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서로 마주하지 않아 모를 수 있고 앞으로 내게 영향을 미칠 일이 아니란 생각에 무관심했을 수도 있다. 우리는 바로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고독사와 아동학대, 강력범죄가 일어나도 알 수 없는 혹은 알고 싶어하지 않는 세상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도대체 작가가 이런 개인주의적 삶을 살아가는 우리를 비난하고 있는 건 아니니 가시 세울 필요는 없다.

한편씩 이야기를 읽으며 작가는 “듣는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눈송이는 생각이 많고 신중한 성격이며 다양한 의견을 듣고 또 질문하며 두려움을 이기고 앞으로 나아간다. 기억을 먹는 아이는 타인의 잊고 싶은 괴로운 이야길 듣는다. 아이가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것이 인상적이다. 불행한 삶의 첫 시작과 괴물로 부르는 자에게서 벗어난 점도 축하할 일이다. 그곳에 머무르고 있다면 가스라이팅 당한 채 죽임 당할 뻔한 불행한, 부모에게 버려진 불쌍한, 음식뿐 아니라 기물까지 먹어치우는 괴물로 이용 당하고 있었을테니 말이다. 검은색 비닐봉지는 처음 접했을 땐 뉴스 속 혐오스런 범죄자를 마주한듯 끔찍함에 몸서리치기도 했다. 다른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비닐봉지 또한 짧은 시간 동안 또는 여러 날 물건 혹은 그외 무언가를 담는다. 다 쓰이고 버려졌어도 바람을 담아 나른다.

읽을 때마다 같은 캐릭터도 다른 시선으로 읽을 수 있어서 재밌다. 다시 읽었을 때 눈송이가 답답하고 귀찮아졌다. 더 빨리 도전하지 않아 답답하고 자꾸 질문을 해서 귀찮다. 기억을 먹는 아이는 내가 평생 꽁꽁 숨기고픈 과오를 들춰내놓는 일을 만들기에 존재 자체만으로 불쾌하다. 검은색으로 무엇이 담겼는지 볼 수 없고 비닐소리에 정확한 말을 전달하지 못한 비닐봉지는 의심스럽고 마주치면 그 속에 감춘 끔찍한 것을 보게될까봐 피하고 싶은 존재이다. 나의 기분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읽히니 그또한 즐거운 경험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야기를 분석하고 캐릭터를 바라봤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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