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언젠가는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31
어맨다 고먼 지음, 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 김지은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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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인가 길거리에서 휴지통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다행인 건 사람들이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버리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누군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하나둘 보이면 사람들은 그곳이 휴지통이라도 되는듯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한다. <무엇이든, 언젠가는>에서도 집앞 공터에 버려진 쓰레기를 매일 지나치고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어른의 모습을 보게 된다.
주인공 아이는 혼자서 하나씩 둘씩 쓰레기를 치우고 그곳을 비워나간다. 누군가는 의미없다 바뀌지 않은 현실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다시 쓰레기를 버리기도 한다.

쓰레기장이었던 공간을 깨끗하게 비운 뒤 아이는 그 터에 아름다운 꽃을 심는다. 물을 주고 살뜰하게 보살핀다. 아이의 따뜻한 손길과 눈길, 마음씨가 다른 사람들도 움직인다. 가까운 친구, 부모님, 그리고 관계 없는 타인까지도 그 곳을 지나며 아이와 함께 미소짓고 그곳이 계속 아름답기를 바라게 된다.

우리 동네에도 빈 공터에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른 꽃을 심어 주는 분이 계시다. 수고스러운 손길의 움직임을 직접 마주한 적은 없지만 두 아이와 지나며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을 감상하고 추억으로 담으며 늘 감사한다.
음악가 정재형이 페퍼톤스 이장원과 함께 지역 곳곳의 버려진 공간을 정원으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을 보고 반가웠다. 담배꽁초, 휴지조각 대신 꽃과 풀이 자리를 잡은 그 공간들이 삭막해진 사람들 마음을 부드럽게 만져주었을 것이다.
출장정원사라고 말하는 한 기업이 있다. SNS로 사연을 받아 구근을 보내주기도 하고 씨드페이퍼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한다. 국내외에서 시민들이 만든 정원을 소개하기도 하며 동네 산책길 가드닝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곳이다. 환경을 위해 앞장서는 기업, 기관이 많아지는 일 또한 반길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 음악가 정재형 님,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출장정원사 기업과 같이 일상에서 지나칠 수 있는 공간에 작은 변화를 주는 이들이 많아져서 짧게나마 미소짓고 기쁨으로 반짝이는 정원을 자주 마주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남편은 그림책을 본 뒤 불합리한 제도와 규범 속에서 안주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보았다고 한다. 연대하거나 혼자서라도 끊임없이 실천하다 보면 분명히 그 끝엔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 도착점까지는 더디 걸릴지라도 무슨 일이든 꾸준하고 즐긴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한다. 좋은 사람 곁에 좋은 사람이 있다는 믿음도
있으니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된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닌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내 신념을 지켜가면서 작은 일부터 실천해가는 삶을 살아가야겠다.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가 될 순 없지만 나와 우리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 아내, 엄마, 딸, 그리고 나로 살아갈 수 있어 감사하면서 말이다.

지난 해에 심었던 구근을 올해도 심을 수 있어 감사하고, 올해는 땅 위로 어떤 꽃이 피어날지 두 아이와 함께 꿈꿔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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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언젠가는>
어맨다 고먼 글, 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 김지은 옮김
주니어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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