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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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카 솔닛의 회고록을 읽으면서 두 딸 아이에게 내가 언어로, 몸짓으로 세상 속에서 튀지 않고 숨죽여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를 이어서 가부장적인 시선으로 여자는 이래야 하는 것이라며 잣대를 대고 있진 않은지 어제의 기억을 되돌려본다.

그녀가 행복해보였던 <변두리의 쓸모>에서의 삶이 내 삶과도 참 많이 닮아 있어서 놀라기도 했다. 예술가와의 협업이 반가웠고 그들과 만들어 낸 이야기와 우정, 그 과정을 동행하는 착각에 즐겁기까지 했다. 마치 오래 전부터 그녀를 동경한 것 마냥 미술관 근무, 잡지 만들던 일, 리뷰와 에세이를 쓰는 일, 저널리즘 공부, 계약직, 석사논문, 괜히 주눅들 만큼 나이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 등의 수많은 행적이 유사했다.

내가 잊고자 애썼으나 사실은 외면했던, 목소리를 잃었던 나를 만나고 온 시간. 삶이 괴롭고 서글프더라도 용기내어 꺼내면서 덧붙여지고 또 덮으면서 또 다른 나를 콜라주로 완성한다. 가려진 면이 모두 엉망은 아니고 리베카 솔닛의 말처럼 추억이 담긴 콜라주이기도, 아름답고 감미로운 발그레한 장미빛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나 스스로가 가진 힘이 소중한 선물이라고 격려받았다. 매일을 바쁘게 생산적인 일을 하며 버텨내야 한다 생각하고 살아가는 내게 그 강박을 떨쳐보라고, 고요한 순간을 누려봐도 괜찮다고 등 두드려주는 다정한 그녀와의 여행길 잘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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