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왜 내려가지 않나요?”
“전 여기가 더 편해요.”
“어떻게 여기가 더 편할 수 있어요?”
“설명하기 어렵군요.”
“여기 생활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제 남편은 방문 판매를 하는 영업사원이었답니다.”
“그런데요?”
“오래전 얘기지요. 그이는 항상 이것저것을 팔러 다녔어요. 그이는 변화무쌍한 삶을 좋아했지요. 또 항상 멋지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곤 했어요. (...) 하루는 그이가 군수 용품 상점에서 스포트라이트를 찾아냈지요. 전쟁이 막 끝난 참이라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찾아낼 수 있었던 때였어요. 그이는 그것을 자기가 끌고 돌아다니는 고물 자동차의 배터리에 연결해서 고정시켰죠. 그러고는 저한테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로 올라가라고 말했어요. 자기가 뉴욕을 돌아다니면서 가끔씩 내가 자기 위치를 알 수 있도록 하늘로 빛을 쏴서 나를 비추겠다고 하더군요.”
“정말로 보였어요?”
“낮에는 안 보였지요. 완전히 깜깜해져야 볼 수 있었지요. 하지만 일단 빛이 보이면, 정말 놀라웠어요. 그이의 불빛만 빼고 뉴욕의 모든 불빛이 다 꺼진 것 같았죠. 그 정도로 눈에 확 띄었어요. (...) 첫날 밤이 기억나요. 여기 올라와 있는데 다들 눈에 보이는 것들을 가리키며 전망을 굽어보고 있었죠. 볼만한 구경거리가 너무나 많았어요. 하지만 거꾸로 자기를 가리키는 무언가가 있는 사람은 저 하나뿐이었죠. (...) 정말 여왕이 된 기분이었다니까. 불빛이 꺼지면, 그의 하루가 끝났다는 것을 알았어. 그러면 내려가서 집에서 그이를 만나곤 했지. 그이가 죽었을 때, 난 다시 여기로 왔어. 바보 같지.”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그이를 찾고 있었던 건 아니야. 난 소녀가 아니거든. 하지만 대낮에 그의 불빛을 찾던 때와 똑같은 기분이 들었단다. 내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이지, 불빛이 저기 있을 것만 같았어.”
그러나 또 이런 문장.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 인생에 왔다가 가버리냐! 다 셀 수도 없을 정도라고! 그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놔야 해! 하지만 마찬가지로 그들이 떠날 땐 잡지도 말아야지!
그러니,
어떤 불빛이 나를 향해 있을 땐, 나를 비추고 있을 땐, 온몸으로 그 빛을 감싸안기.
하지만 그 빛이 거두어질 때는 뒷모습조차 보이지 않기.
오늘 말할 수 있는 것, 말해야 하는 것들은 내일을 위해 아껴두지 않기.
더이상 내일이 오지 않을 수도, 더이상 오늘의 마음이 아닐 수도 있으니.
그러고 보니, 마크 트웨인의 이런 문장.
앞으로 20년 후에 당신은 저지른 일보다는 저지르지 않은 일에 더 실망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밧줄을 풀고 안전한 항구를 벗어나 항해를 떠나라. 돛에 무역풍을 가득 담고 탐험하고, 꿈꾸며, 발견하라.
자, 불빛이 저기 있다, 아직은.
20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