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리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신인섭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바람은 없다. 달은 보름달에 가깝게 밝지만, 작은 산 위를 수놓은 나무들의 윤곽은 습한 밤기운으로 희미해져 있었다. 그러나 바람에 움직이지는 않았다. (......) 먼 바람소리와도 닮았지만 땅울림과도 같은 깊은 저력이 있었다. (......) 소리는 멎었다.

"작품 속에서 죽음을 미화하고 인간과 자연과 허무 사이의 조화를 추구하고자 했으며, 평생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 애썼다"고 야스나리는 말했다 한다.                       

야스나리의 소설이 좋은 것은 무엇보다 그 '아름다움' 때문이다. 그의 소설을 읽다 보면 더운 달빛을 받아 차게 빛나는 흰 눈밭과, 밤나무들 사이로 투명하게 빛나는 몇 개의 별들과, 천천히 깊어지고 퍼져가는 달밤과, 나뭇잎에서 나뭇잎으로 떨어지는 밤이슬의 소리와, 먼 바람소리, 깊은 땅울림소리, 어깨를 흔들지 않고 아름답게 움직이는 어느 여인의 뒷모습과, 샌들 사이로 드러나 보이는 푸른 힘줄이 도드라진 여위고 깨끗한 맨발이 보이고, 들리고, 만져진다.

2003.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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