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방인 ㅣ 알베르 카뮈 전집 2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8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http://blog.aladin.co.kr/fckeditor/editor/Images/quote_start.gif) |
|
|
|
그 햇볕의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여 나는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나는 그것이 어리석은 짓이며, 한걸음 몸을 옮겨본댔자 태양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한걸음, 앞으로 나섰던 것이다. |
|
|
|
![](http://blog.aladin.co.kr/fckeditor/editor/Images/quote_end.gif) |
다시 읽는 뫼르소의 이야기는, 그 숨은 뜻을 이해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 한줌 햇살의 뜨거움을 견디지 못해서, 찌는 듯한 더위 속 맨살에 닿는 바람 한줄기 때문에도, 불면의 밤 어느 사이 귓가를 떠나지 않는 시계 초침소리나 냉장고의 울음소리에도, 그 순간,
우리는, 누군가를 향해 방아쇠를 당길 수도, 방금까지 누워 있던 침실에 불을 놓을 수도, 오늘 아침까지도 사랑을 속삭이던 연인의 등에 칼을 꽂을 수도 있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 삶의 중요한 순간을 결정지었던 것은, 이런 바람 한줌, 햇빛 한 조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라고 쓰려고 하니, 그래도 좀 서글픈...
199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