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집 - 불을 켜면 빵처럼 부풀고 종처럼 울리는 말들
안희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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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가처럼 하루하루 일기를 써나가는 것도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날 하루를 돌아보며 나의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단어를 찾아보고 단어와 내 삶을 연결하는 식 말이다. 이 책의 작가는 단어에 꽂혀서(?) 그 단어와 관련있는 경험을 늘어놓으며 생각을 정리하기도 했고, 상황에 어울리는 단어를 찾아보며 삶과 연결하기도 하며 단어생활자로서의 삶을 기록해 놓았다. 호흡이 짧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으며 그 단어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생각 -혹은 생각이 없었던 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함께할 수 있어서 누구나 사용하는 단어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게 한 책이다.


책에 있는 구절이나 길 가다가 문득 생각이 나거나 혹은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매번은 아니지만 어떤 단어가 머리에 콕 박히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어느 날은 이상하게 한 단어가 이상하게 생겨서 이게 원래 이렇게 쓰는 것이 맞나 너무 낯설어 사전을 찾아보고 나서야 오늘 내가 이 단어가 이상하게 보이는 날이구나 싶을 때도 있다. 이 책의 목차에 있는 단어들은 생활자로서의 사용 빈도수로 보면 낯선 단어들이 많았다. 읽으면서 뜻을 대강 짐작할 수 있었지만 사전을 옆에 끼고 정확한 뜻을 찾아보며 이런 단어도 있구나. 이렇게 삶으로 끌어들어와 사용해도 좋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읽게 되어 내 단어 생활의 ‘규모’가 넓어지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 여물어갈수록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좋은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되도록 말을 아끼고 같은 말이라도 다른 표현이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뜻이 같더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처럼 놀라운 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휘도’라는 단어에 대한 생각을 적어 놓은 곳이 특히 좋았다. 어느쪽을 주체로 둘 것인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의미의 특별함을 배우고 싶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계속 생각을 하고 싶다. 내 삶의 주체는 분명 ‘나’ 이되, 나를 둘러싼 다양한 삶의 동반자들을 챙기는 방식말이다.


단어는 우리말에서 최소 의미 자립 단위로 정의한다. 혼자서 우뚝 서 있는 단어는 결코 작은 존재가 아니다. 이 홀로 섦을 기반으로 문장도 만들어지고 의미 단위로서의 문단 그리고 글로 이어진다. 글을 잘 쓰려면 그에 맞는 단어부터 잘 선별해야하고 그러려면 내가 아는 단어가 많아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생각하고 듣고 배워야한다는 것으로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이 작가의 단어의 집처럼 나만의 단어의 집을 만들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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