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미술관 - 양정무의 미술 에세이
양정무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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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미술관 서평


집에서 30분 거리에 도립 미술관이 개관했다. 지방이라 미술관은 수도권이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만 있는, 그러니까 내 삶과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그러나 내 아이는 미술적 소양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개관하자마자 손잡고 갔던 그날이 생각난다. 어디에 감동을 받아야하는지도 모르겠고, 아이는 들어가자마자 나가자는 말을 했으며, 내가 그날 미술관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은 엄청 큰 작품은 진짜 크구나. 이거 딱 하나였다. 부끄럽지만 그랬다. 


그날 이후 미술이라는 것에 가까워져야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텔레비전 속 미술관에는 또각또각 멋진 하이힐에 한껏 치장을 한 부잣집 사람들이 팔짱을 끼고 작품 앞에서 감상평을 나누던데 혹은 감동하여 눈물도 흘리던데 나도 한 번 그래보고 싶다는 허영과 그림을 통해 감동을 받는다는 경험을 겪고 싶어졌다. 그러려면 알아야지! 그런 마음을 갖고 있던 때에 때마침 들어온 하니포터 서평이라니 덥석 잡아야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작품에 담긴 이야기나 작가의 이야기를 곁들여 설명해주는 양정무 교수의 설명을 재미나게 들었던 생각이 났다. 이후 온라인 서점에서 발간하자마자 메인에 한동안 있었던 책 ‘벌거벗은 미술관’의 첫 인상은 솔직히 부담이었다. 촤르르 넘겨보니 어려운 용어도 보이고 양도 많아보여서 서평은 어떻게 써야하나 싶기도 했다. 내돈내산이었다면 사놓고 한동안 큰 마음을 먹었겠지만 2주 안에 읽고 마음을 정리해야한다니 어떻게든 읽어내겠구나 싶었다.


첫 장을 넘기자마자 너무 즐거워졌다. 작품 속 인물에 담긴 뒷이야기가 이렇게 흥미롭다니! ‘멋진 조각상이군’ 하며 끝낼 것이 아니라는 것이 눈과 손을 이끌었다.  작품에 담긴 서양의 -백인들의- 우월주의에 대해 벗겨보며 ‘원래는 없다’를 알려주니 덥석 배웠다. 무엇인가 기준을 삼게 되면 그 기준에 대해 경외감과 다른 것을 인정하기 어려운 마음이 생기게 되나 보다. 사실 나는 그런 기준이 있었다는 것도 몰라서 ‘아 그렇군.’ 하며 오히려 편견없이 받아들여져서 나의 무지함이 도움이 되었다. 한국 화가 이중섭의 은박지 그림을 보러 제주에 갔던 날 초등학생 딸 아이는 이런 곳에도 그림을 그려도 되구나 싶어하며 차에서 나눠먹었던 껌 종이를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그렇지 꼭 종이에만 그리는 것은 아니지라고 맞장구쳤던 대화가 생각나게 했다.


웃음과 문화, 시대, 인물의 상황 그리고 정치까지 얽혀 돌아가는 모습을 웃음의 유무를 통해 풀어내다니…. 왜 유명하다는 미술관에 전시한 인물화에서는 미소가 잘 보이지 않는지 그래서 역으로 모나리자가 왜 지금 사람들에게 명작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웃음 뒤에 숨겨진 상황 설명을 통해 ‘아 그렇구나 진짜 그렇구나’ 하며 그림을 봤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작품속 인물의 왜 웃는지 왜 웃지 않는지 생각이 날 것 같다. 책에서는 서양 작품 속 웃음을 다루었으나, 오주석의 ‘한국의 미특강’에서 본 것을 떠올리자면 우리나라의 초상화 속 표정을 떠올리니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함께 거론되어서 비교가 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배움의 아쉬움이 약간 있었다.  


서양의 전쟁 역사와 맞물려있는 박물관 역사가 소개된 3부에서는 막연하게 알고 있던 미술품의 약탈의 약탈 과정과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서구의 애쓴 흔적들에 대해 바라보며 일제강점기의 많이 빼앗겼던 우리 문화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빼앗고 되돌려주지 않는 이유로 문화의 다양성과 보관의 용이성을 드는 서구 열강의 핑계 위에 유지되고 있는 박물관의 현주소가 특히 흥미로웠다. 영국과 프랑스의 박물관의 건축 양식을 비교하는 부분도 좋았고 맨 뒤에 우리나라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도 짧게나마 씌어 있어 좋았다. 


코로나19라는 펜데믹을 겪으며 미술이 어떻게 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예측하며 마치는 이 책을 통해 병아리 단계인 내가 너무 고급정보부터 얻은 것이 아닌가 하는 요행을 얻은 기분을 느꼈다. 더 알아보고 싶은 부분도 생겼고 알게 되어서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아 지혜의 별이 반짝거림을 느낀다. 빛의 범위를 좀 더 넓게 그리고 밝게 유지하고 싶은 마음으로 도서관에 가야겠다. 오늘은 600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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