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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전쟁 - 게임 패권 다툼 그리고 위대한 콘솔의 탄생
스티븐 켄트 지음, 심백선 옮김 / 한빛미디어 / 2023년 3월
평점 :
어린 시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집에 '패미콤'이라고 불리는 작은 오락기가 있었다. 카세트 테이프 같은 팩을 본체에 꽂고 TV에 연결해서 조이스틱으로 즐기던 기기였다. 지금처럼 XBox나 PS가 없던 그 시절에, 그 기기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조잡한 도트로 찍힌 게임이 전부였다. 조그만 마리오가 천장에 머리를 박으며 점수를 따고, 귀엽게 생긴 펭귄이 장애물을 넘는 그런 게임들이었다. 학교를 다녀오면 언제나 안방에 있는 TV 앞에 앉아 그 게임을 즐기곤 했다. 명절엔 동생들과 내기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집에 컴퓨터가 생겼다. 그 기계는 패미콤보다 훨씬 많은 게임이 들어있었다. 처음 컴퓨터를 설치할 때 ‘버추어캅’이라는 FPS 게임을 처음 접했다. 그 게임은 최초로 접한 3D 게임이었다. 그때 받은 충격은 4차원 세계로 날아간 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그렇게 학교를 다녀오면 그 게임을 하고 또 했다. 그 뒤부터 PC게임의 시대가 열렸다. 부모님과 마트를 같이 가는 이유는 PC코너의 게임CD를 보러 가는 거였다. 그 시절엔 박스 포장만 봐도 감성이 느껴지는 시대였다. 게임 CD를 선물받고 포장을 뜯을 때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학교 컴퓨터 수업실에는 GTA, 피카츄배구 같은 게임이 깔려있었다. 친구들과 수업 안하고 뒤에서 게임도 몇 번 했다.
좀 더 지나니 이젠 게임을 온라인으로 하게 되었다. 친구들과 주로 노는 건 ‘메이플스토리’와 ‘서든어택’ 서버 속이었다. 그게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이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접했다. 처음에는 사운드도 무섭고 머리가 아팠지만 적응되니 재밌었다. 승률은 꽝이었지만 친구들과 매번 했었다. 스타크래프트는 인기가 정말 많았다. 그걸 방영해주는 TV 프로도 있었을 정도니. 실제 프로 리그전도 몇 번 갔다. 내 기억상으로 야구장보다 더 응원 열기가 뜨거웠다. 게임은 이제 하나의 문화였다.
그렇게 놀기를 몇 년, 수능을 칠 때쯤 '리그 오브 레전드(LOL)'라는 게임이 생겼다. 친구들이 하나 둘 씩 그 게임을 했다. 수능이 끝나고 그 게임을 하면서 PC방에서 사는 친구들이 생겼다. 대학교를 가니 그거 때문에 수업을 안 오는 친구들도 있었다. 지금 그 게임은 살아남아 유일하게 E-Sport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나 같은 9X년 세대들에게, 게임은 추억으로 단단히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현재 진행형일 수도 있다. 학원을 마치고 PC방을 가서 친구들과 놀던 아이는 퇴근하고 PC방을 들려 게임을 하고 가는 어른이 되었을지도.
우리는 그렇게 게임의 역사 한 가운데 있었다. 역사를 겪은 한 사람으로써, 이 책을 보며 그때 그 시절 우리가 함께 했던 그 게임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생겨나고, 찬란하게 번영했고, 그리고 차갑게 죽어갔는지 느껴볼 수 있다.
그리고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던 기업들의 암투와 협력, 수많은 의사결정은 마치 삼국지를 보는 것 같이 흥미진진했다. 아마 비즈니스적으로도 많은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 책에는 온라인 게임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고, 콘솔 쪽에 치중되어 있다. 게임보이, PS, XBox를 즐겨 했던 유저라면 많은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마 7080세대라면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세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읽어봤으면 좋겠다. 게임이 모바일을 지나 이젠 VR과 AR, 메타버스를 통해 현실과 섞이고 있는 지금 말이다. 그 시절 사람들이 어떤 재미에 열광했는지, 그리고 지금도 그 가치를 게임이 제공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미래는 어떻게 발전할 지 상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 리뷰는 한빛미디어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서평을 작성하기 위해 책을 끝까지 정독하고, 제 주관적인 의견을 담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