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같이 뛰어내려 줄게 (여름 낙서 에디션) - 씨씨코 에세이
씨씨코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6월
평점 :
품절


 

 

귀여운 그림이 잔뜩 그려진 책을 제공받았다.

이름하여 “내가 같이 뛰어내려 줄게”, 그리고 띠지에는 〈힐링에세이 여름 낙서 에디션〉이 딱 박혀 있다.

유난히 장마가 길고 폭염이 올 거라는 기상청의 엄포에 지레 겁을 먹어서 ‘앗싸! 시원한 여름맞이다’라고 생각했다.

역시 일본인답게 그림도 작고 앙징맞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이름이 씨씨코니까.

150만명의 구독자 어쩌고 누적 조회 5억 뷰 저쩌고 하길래 우왕~대단한 분이시구나 했다가 국내 틱톡커 랭킹 상위 1%라는 말에 빛과 같은 속도로 검색을 했다.

짧은 시간에 후다닥 지나가는 영상과 빠른 말투와 영어와 한국어 자막이 꼬부랑꼬부랑 지나갔다.

자그마한 여자아이라고 밖에 표현되지 않는 씨씨코씨였다.

여름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바다로 함께 뛰어들어가서 잘 놀아준다는 젊음의 글이라는 추측을 하면서 덤덤하게 읽었다.

대 반 전!

 

막내딸같은 어린 사람이 어떻게 이런 삶의 힘과 지혜가 있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나는 꼰대다.

고정관념이 확실하다.

절대로 그런 것은 없다고, 없을 거라고, 있어도 꺼내지 않으리라 결심했건만 선입견이 불쑥 나왔다.

어리다고 함부로 생각한 나를 멍석말이하고 싶었다.

 

총 5장으로 이루어져있고 각 장마다 10~13개의 짧은 글이 씌어져 있다.

『바들바들 덜덜덜 떨린다』는 1장은 내일에 대해 겁 먹는 누구나를 위한 글이라고 말하고 싶다.

2장, 『뭐야 인생 생각보다 기네』는 죽고싶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지만 지나고보면 누구나 다 겪는 일, 생각보다 인생이 기니까 실패해도 괜찮다, 다음 기회가 있잖아와 같이 ‘아님 말고’로 퉁쳐도 좋은 글이다.

3장,『두 발 딱 붙이고 검을 뽑아보자』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고, 내 몸에 힘을 줘서 마음을 잘 일으켜 세우고 싶은 사람이 읽어보면 어떨까 궁리했다.

4장,『푸하하가 모여서 행복이 되는구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말하고 싶다.

연애하는 사랑이 아니라 사람, 가족, 친구에 대한 사랑을 무심한 듯 그러나 가슴 찌릿하게 느끼도록 가볍게 툭 던지는 이야기다.

5장,『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직 안 왔다』를 읽으면서 울 뻔 했다.

씨씨코를 진작에 만났어야 한다는 생각과 이런 친구 하나 있으면 인생이 조금 더 진한 행복으로 버무려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사를 하고 누군가에 들려 줘야 한다면 어느 곳이 아니라 전부 다! 라고 말하고 싶은 씨씨코의 마음이야기다.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고 했다.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삼척동자에게도 배울 것이 있으면 기꺼이 고개숙여 배우라고 했다.

그녀의 책을 만났으니 그녀를 만나면 고맙다고 인사를 전하고 싶다.

오늘을 살면서 내일을 바라보는 그녀의 맑고 투명한 눈은 나에게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걱정말라고 했다.

손을 내밀면 “내가 같이 뛰어내려 줄게요”해 줄 것 같다.

물론 700년 후에나 가능한 일이지만.

 

친구가 힘들다고 무인도로 가서 아무도 모르게 뛰어내리고 싶다고 했다.

씨씨코는 힘내라고, 열심히 하자고, 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다.

“내가 같이 뛰어내려 줄게.” 그랬다.

근데 어차피 뛰어내릴 거면 하고싶은 거 다 하고 오라고 했다.

밀린 드라마도 다 보고, 하고싶었던 꿈도 좇아보고, 좋아했던 사람과 밥도 먹고, 회사도 때려치고 여행도 실컷 하고, 학교 책 말고 읽고 싶은 책도 맘껏 읽고.

그러고나서도 살기 싫으면 같이 무인도로 가준다고 했다.

그대신 치킨도 한 마리 시켜먹고 딸기라떼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라떼도 사준다고 약속한다.

치킨이 질릴 때 까지 먹고 죽을 거라서 700년 정도 걸린건데 그때까지 친구니까 같이 먹어줄 거냐고 묻는다.

혼자 밥을 먹지 못하는 씨씨코니까 같이 먹자고.

먹다보면 또 행복해질 거라고.

 

이 책의 마지막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스타는 항상 마지막에 나타나듯이 처음에는 피식피식 웃다가 곰곰 생각하는 내가 되었다.

나도 그랬어, 그랬지 공감하다가 이 어린 여자아이는 대체 어느 별에서 왔을까 부러웠다.

마침내 마지막 이야기에서 나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같이 뛰어내려 준다고 했다.

같이.

 

십년 전쯤이었다.

씨씨코의 친구처럼 나도 사라지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한강물을 내려다보면서 저 깊은 물 속에 들어가면 아무도 나를 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편안해 보였고, 그 곳만이 안식처 같았다.

그때는 누구에게도 그런 마음을 말할 수 없었다.

친구에게조차도.

혼자서 버텼다.

그때의 내가 씨씨코가 말한대로 “내가 같이 뛰어내려 줄게”를 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면 타임리프로 씨씨코가 과거의 내게 찾아왔을 것 같다.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어도 편하고 안녕한 책.

아무 곳이나 읽어도 웃음이 났다가 눈물이 나는 말랑한 책.

아무렇지 않게 시작했다가 쓰다듬게 되는 따스한 책.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다면 젊은 사람에게는 반드시 손에 쥐여주고 싶은 책.

 

직접 읽어보면 안다.

왜 힐링에세이인지.

 

참고로 씨씨코의 틱톡영상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정신없이 보다가 웃는 타이밍을 놓쳐서 결국은 ‘뭥미?’라는 느낌이다.

난 그렇게 나이든 사람이었음을 깨닫게 하는 씨씨코다.

한번쯤 만나서 깨발랄한 젊음을 보고 싶다.

그리고 씨씨코의 허리가 아플 때 나도 과감히 서서 밥을 먹어줄 자신이 있다.

진짜다.

행운이 나타나는 시기가 그 모든 것의 마지마 ㄱ끝에 있어서,
희망 다음에 희망 다음에 실망이 찾아오고,
실망 다음에 실망 다음에 절망이 찾아오고,
절망 다음에 절망 다음에 포기가 찾아온다.

그 마지막 포기 순서에서 희망을 가지면
행운이 찾아오는 것이다.

내가 친 막판 스트라이크가 말하는 것 같았다.
너의 인생도 아직 포기하기 이르니 희망을 가지라고.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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