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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말들 - 인생에 질문이 찾아온 순간, 그림이 들려준 이야기
태지원 지음 / 클랩북스 / 2022년 9월
평점 :
서평/ 그림의 말들/태지원 지음/클랩북스
“인생에 질문이 찾아온 순간, 그림이 들려준 이야기‘
책의 대제목 위에 한 줄로 서 있는 이 글은 작가가 하고싶은 말이 한 곳에 모인 것이다.
그림을 좋아하는, 사회선생님이라는 과거를 가진 작가님이다.
남편을 따라 아이들을 데리고 중동에서 5년간 지내셨고, 브런치 작가로 출판 프로젝트에 당선되어 책을 출간하셨다.
이 책 ‘그림의 말들’은 두 번째 저서인 셈이다.
틈틈이 강연을 하면서 글쓰기를 진심으로, 본업으로 충실하게 살고 계신 분이다.
좋아하고 즐기는 것을 가진 사람이 가장 힘이 세다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쉽지 않다.
태지원 작가님은 좋아하던 것에 대한 깊이가 깊어지면서 쌓아올린 소양과 전문성은 그 높이가 가히 존경스러울 만하다.
한때 집착 혹은 강박이라는 말을 써도 무방할 것처럼 사람들이 매달린 주제가 “행복”이었다.
행복하기 위해, 행복을 지키기 위해, 행복에 무관심하면 불행한 것처럼 보일까 봐 모두가 행복이라는 단어가 적힌 책들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
지금은 ‘힐링’이나 ‘치유’에 대한 책들이 주된 베스트셀러로 오르고 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재된 상처와 고민과 고통을 치료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누구나 알게 된 까닭이다.
TV프로그램에서도 과거의 상처를 꺼내서 위로와 위안을 받게 한다.
그로인해 생긴 심리에세이들이 차고 넘치는 지금이다.
‘그림의 말들’도 크게 다를 바 없는 고민과 상처에 대한 글이다.
심리치료 에세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그림책 읽어주는 작가라고 불려도 괜찮을 태지원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
그림에 문외한이라면 화가들에 대해서 배우고 궁금증을 가질 정도의 미술 가이드북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화가의 연혁을 잘 설명해 주는 작가님 덕분에 그림작품에 대한 이해가 더 커졌음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다.
4가지 챕터로 나누어 무엇을 골라 읽어도 무방하다.
원하는 대로 필요한 순간에 찾아도 잘 찾아왔다고 위로을 던질 글이다.
1장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 알아야 할 것들, 2장 나 자신과 잘 지내고 싶다면, 3장 적당한 거리가 관계를 아름답게 만든다, 그리고 4장 지치고 힘들어도 다시 일어나는 법으로 나누어 쓰여있다.
그리고 각 챕터마다 다시 소제목으로 서술된 책이라서 짧지만 임팩트있게 인생의 질문에 대한 답이 서늘하리만큼 적확하게 설명되어 있다.
작가님은 살아오면서 겪은 수많은 어려움과 갈등과 상처들을 자신이 잘 아는 그림들을 통해서 스스로 길을 찾아내신 분이다.
그렇게 느껴졌다.
그림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힘들 때 떠올릴 수 없는 화가와 작품을 손쉽게 떠올리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넓이와 깊이를 가진 것은 확실하다.
나 또한 많은 화가는 모르지만 힘들 때 혹은 문득 떠오르는 작품들이 있다.
그리고 전시회를 가서 유독 내 발걸음을 잡고 떠나지 못하게 하는 그림도 만났다.
아무런 배경설명이 없는 그림 앞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떠올리거나, 유독 나와 같은 감정의 결을 느끼게 하는 그림을 만났을 때는 영락없이 위로를 받았다.
그런 경험이 주는 희열과 조용한 치료시간은 슬픔을 극복하는 행복한 시간이 된다.
나는 고흐를 좋아한다.
‘별 헤는 밤’을 보면 고흐의 외로운 작업이 떠오른다.
하나에 꽂혀 미친 사람 취급을 받으면서 그려낸 ‘별 헤는 밤’은 고흐의 열정이 뜨겁게 터져버린 그림으로 느낀다.
조현병 수준의 정신나간 상태라서 그림들이 흔들리고 휘감기게 그렸다고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고흐는 인상파다.
찰나의 순간을 잘 포착해내는 호아키 소로야라는 화가를 논하는 부분에서 나는 고흐를 떠올렸다.
고흐의 붓길이 거칠고 물감을 찍어놓은 듯한 그림이 된 것은 바로 남프랑스의 눈부신 햇볕이 순간순간 변하고 빛나는 것을 긴 시간을 두고 그릴 수 없었기 때문이라도 한다.
놓칠 수 없는 찰나의 시간을 잡기 위해서 고흐는 2~3분에 한 장씩 미친 듯이 그렸다.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그림에 미친 사람으로 보이는 모습이었음을 상상할 수 있다.
‘별 헤는 밤’의 밤하늘은 아주 오랫동안 같은 장소에서 지켜보지 않으면 그릴 수 없는 별들의 움직임을 보인다고 한다.
흔들리는 정신 때문에 그림이 빙빙 도는 것이 아니라 고흐는 매일 밤 집집마다 다른 불빛을 잡아내고, 하늘의 별들이 매일밤 위치를 달리하는 것을 그려냈을 뿐이다.
천체학자들이 고흐가 그린 계절의 시간을 오랫동안 촬영해 본 결과 ‘별헤는 밤’의 하늘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한다.
힘들고 삶이 지루하고 무기력해질 때면 나는 고흐를 떠올린다.
이 책은 각자 누구나 가질 법한 문제와 고민을 만났을 때 작가님이 그림을 통해 위로를 받았음을 조곤조곤 속삭이듯이, 그러나 한번도 만나지 못한 화가를 통해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듯이 말씀해 주신다.
음악치료가 있고, 언어치료가 있고, 상담치료가 있듯이 이 책은 그림치료에 가깝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읽음으로써 고개를 끄덕이고, 이해를 하면서 그림에 대한 시선 하나를 챙기게 되는 힘이 생긴다.
나를 위한, 혹은 이 글을 읽으면서 스스로 힘을 얻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마음에 드는 문장 하나를 쓰고 싶다.
p. 279
"치열하게 달리다 지금껏 왜 이렇게 노력하고 안달하며 지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공허하거나 무기력해져 좋아하는 사람조차 피하게 되는 번아웃의 시기.
그러나 뒤집어보면 번아웃은 ‘네가 달리고 있던 목적이 무엇인지, 균형을 맞추어 잘 살고 있는지 다시 돌아보라’며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다.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긍정의 압박을 내려놓고 쉬어도 좋다.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도, 쉬는 나를 게으르다 탓하는 것도 멈춰보자. 달리기의 방향을 재정비하는 게 최우선이다. 열정이 혹사로 변하지 않으려면.“
타인의 삶을 기준으로 나를 너무 몰아붙이면서 자존감을 없다고 슬퍼하던 모든 사람들에게 해주는 말같다.
세상의 중심은 내가 아니지만 나의 중심은 나라는 말씀도 있다.
자존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내가 혹시라도 자신을 너무 학대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라는 진지한 조언이다.
나도 누군가의 삶에 맞춰 살려고 버둥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잠깐 멈춤을 해야겠다.
그리고 방향키가 내 마음이 불어주는 곳으로 제대로 향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다산북스 서평단으로 쓴 글입니다. 스포일러를 하지 않기 위해 개인적인 감상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