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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들리와 그레이스
수잔 레드펀 지음, 이진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7월
평점 :
[서평] 하들리와 그레이스/ 도서출판 밝은세상
작가 수잔 레드펀은 작가이자, 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폭력가정을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의 강한 힘 혹은 모성애를 다룬 소설이 주류를 이루고 삶의 소중함이나 우정, 관계를 중요시하는 필력을 가지신 분이다.
‘하들리와 그레이스’는 90년대 영화 [델마와 루이스]로부터 착안하여 서술된 소설이다.
델마와 루이스는 친구 사이이다. 가부장적인 남편으로부터 자유를 꿈꾸는 델마와 직업을 가진 루이스는 잠깐의 여행을 위한 일이 일탈로 이어지고, 델마가 성폭행을 피하려다 불의의 사고로 사람이 죽는다. 쫓기는 과정에서 돈을 훔치고 일이 커져서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계곡 아래로 자동차를 모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수동적인 여성 델마가 일을 겪으면서 능동적인 주체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자동차가 계곡아래로 떨어지면 당연히 두 사람에게 기다리는 것은 죽음으로 비치겠지만 한편으로는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아서 자신들만의 삶을 어디에선가 이어갈 수도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델마와 루이스와는 다른 관계이지만 하들리와 그레이스는 보이지않는 끈으로 이어진 관계다.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프랭크에게서 벗어나고자 하는 하들리는 전형적인 여성상을 보인다.
군인인 남편이 끊임없이 경제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그레이스는 갓난 아기를 돌보면서 돈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삶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직장에서 중요한 계약을 체결해서 빚을 해결하려 했으나 악덕업주 프랭크에게 외려 해고당한다.
하들리는 남편의 돈을 훔쳐 도망가고자 하고, 그레이스는 사장의 돈을 훔쳐 지옥같은 삶을 벗어나고자 한다.
숙명은 벗어나고 싶어도 결국 만나게 되는 것이다.
하들리와 그레이스는 같은 사무실에서 만나고 둘은 함께 삶을 탈출하게 된다.
델마와 루이스의 서술과 닮은 듯 다른 점이 아주 매력적인 장애물이면서 글의 흐름에서 빠질 수 없는 캐릭터들이다.
델마와 루이스는 두 여자만이 일탈을 위해 떠나지만 하들리와 그레이스에게는 아이들이 있다.
자신들의 생명과 같은 아이들과 함께 먼 길을 떠나는 그녀들에게서 진한 모성애를 느낀다.
자신의 삶을 지키면서 엄마로서의 의무 또한 버리지 않는 그녀들의 용기는 진정한 여성으로 보인다.
하들리에게는 조카 스키퍼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하들리의 동생은 아이를 키우고싶어하지 않는다. 스키퍼는 예민한 아이다.
보통의 아이와 자폐 그 중간지점 쯤에 있는 아이로서 유일하게 하들리 가족과의 소통만이 불안한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이 된다.
특히 하들리의 딸 매티는 아빠의 폭력을 견디는 엄마에게서 절망을 느끼고, 어린 스키퍼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레이스는 남편의 문제, 직장문제, 경제적 문제로 인한 고통으로 어린 아기 마일스와 정서적인 교감을 할 여유가 없다.
하들리와 그레이스는 함께 길을 떠나고, 프랭크의 돈이 FBI의 추격을 받는 것임이 밝혀지면서 일이 더욱 어렵게 되지만 둘은 서로에게 의지를 하고, 서로를 도우면서 강한 유대감을 갖는다.
살고자 상대방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살리고자 자신을 버리는 이 두사람의 진한 감정선이 십대인 매티와 스키퍼에게 마음을 열고 어른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열린 시선을 갖게 한다.
‘하들리와 그레이스’는 단순히 두 여성이 고단한 삶을 떠나서 일탈하는 소설이 아니다.
줄거리를 말하자면 간결하다.
그러나 그 안에서 나누는 수많은 대화 안에서 삶의 지혜가 끊임없이 나온다.
특히 그레이스의 돌아가신 할머니의 말씀은 읽는 내내 가슴에 진하게 남는 여운이 있다.
p.39 "믿을 사람은 오직 너 자신 뿐이야.“
p.337 “한발짝씩 꾸준히 앞으로 내딛는거야. 그렇게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목적지에 도착해 있지.”
p.344 "우리 할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셨어. ‘누구에게나 척추가 있단다. 하지만 척추를 반듯하게 펴는 방법을 배우는 건 각자의 몫이지.’”
할머니의 말씀이 어느 순간에 적용되는 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기고 싶다.
하들리는 한없이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딸 매티를 사랑했고, 조카 스키퍼가 언젠가 자신의 엄마에게 무사히 돌아가서 잘 자라길 바라면서 최선을 다해 마음을 쏟았다.
하지만 항상 단단하고 흔들림없는 하들리가 되는 것이었다.
남편에게 절절 매는 엄마가 아닌 단호하고 강하게 맞설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나 괴로웠다.
숨겨진 자신의 내면을 꺼내고 싶은 하들리였다.
강하고 해결력이 강한 그레이스가 부러운 하들리.
반면, 그레이스는 결손가정에서 자랐고 억울한 일로 소년원에 다녀온 전과자였다.
자신은 사랑받고 의지를 할 수 있는 가정을 갖고 싶었다.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하들리처럼 매력적인 여자로 살고 싶었지만 남편의 신뢰할 수 없는 모습으로 미래가 무너질까 봐 두려워 했다.
하들리로부터 자신이 되고싶은 모습을 바라보는 그레이스.
그레이스의 아들, 밤낮 울기만 하는 마일스를 보듬고 웃음짓게 하는 하들리에게서 공감력을 배우는 그레이스는 모든 어려움으로부터 하들리를 지켜주려고 한다.
이 책은 자동차 여행을 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하고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책 속의 인물들이 대화, 눈빛, 몸짓 그리고 표정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알아채가는 심미적 소설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이 때로는 눈물겹고, 때로는 손끝이 저릴만큼 아름답다.
아이들이 며칠 동안의 여행을 하면서 마음이 자라는 과정을 보게 된다.
작가 수잔 레드펀은 사람의 마음과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그 과정에서 대화의 힘이 큰 원동력이 됨을 보여주는 작가이다.
좋은 책을 읽을 기회를 주신 도서출판 밝은세상에 감사드립니다.
※이 책은 출판사의 제공으로 쓴 서평입니다.※
"힘내. 오늘은 영원하지 않아.오늘은 그저 하루일 뿐이야." - P20
할머니가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믿을 사람은 오직 너 자신 뿐이야." - P39
그레이스는 할머니가 했던 말을 생각했다. "재앙은 한번에 하나씩 극복하는 거야." - P303
과거를 묻어버리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결정할 수 있었어. - P346
나는 그 영화(델마와 루이스)와 비슷한 자아발견과 주체성회복을 주제로 하는 모험극을 쓰고 싶었다. - P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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