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의 근사치 ㅣ 오늘의 젊은 문학 6
김나현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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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정보가 없다면 “휴먼의 근사치”라는 제목은 달리 이의가 없다.

인간의 조건이나 인간의 자격과 같은 분류가 가능한 것이리라 믿으면서 읽었을 것이다.

가장 인간다운 삶은 무엇인가, 가장 인간다운 모습에 대한 글로써 말이다.

 

하지만 SF부문 최고 기대작, 김나현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라는 띠지는 눈길을 머물게 했다.

“인간은 인간을 위해 또 다른 인간을 창조했다.”

짐작이 가는 용어, 또 다른 인간은 다름아닌 인공지능 AI를 말한다.

인간이 인간의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기 위해서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만든 존재.

존재라고 해야 할지 기계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AI는 이미 가까이 있다.

 

TV옆에서 언제나 불러주길 기다리는 AI.

알고리즘에 의해 즐겨보는 영상을 찾아주는 유튜브.

대형마트의 앱에서는 자주 구입하는 물건의 정보를 끊임없이 업데이트 해준다.

쇼핑앱에서는 구매기간을 알아내고 재구매의사를 혹은 정기구매 의사를 묻는 팝업창을 띄운다.

독거노인을 위한 AI말동무가 나온 지는 오래다.

중국에서는 AI아나운서가 나와서 뉴스를 해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한다.

AI 모델이 광고를 하면 누구인지 검색하는 유저들이 물밀 듯이 몰린다.

사람들의 표정에 따라 감정을 표현하는 AI 로봇에 대한 뉴스도 몇 달 전에 나왔다.

AI는 소설이나 수필도 쓴다.

 

얼마 전에는 AI 개발자가 요구한 몇 가지의 단어로 7분만에 256장의 그림을 그린 AI가 나타났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줄어들고 있다.

인간이 인간을 위해 만든 AI가 하는 일은 과연 인간을 위한 일이 되는 것이 맞을까?

 

‘휴먼의 근사치’는 인간과 AI, 그리고 포스트 휴먼 이야기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AI는 ‘인간의 가치에 기여한다’는 대전제값을 자신의 코드값에 1순위로 입력한 채 살아간다.

서로가 인간인지, AI인지 구분할 수 없을만큼 정교해진 AI는 인간의 감정마저 학습하게 된다.

인공지능은 이미 주입된 데이터와 새로운 데이터를 끊임없이 흡수하면서 진화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생물학적, 기술적, 기능적, 지식적으로 한계를 지닌 인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진화하는 AI에 의해 할 일이 줄어든다.

결국 AI를 위해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

이 책은 노아의 대홍수처럼 70일간의 대홍수로 살아남은 인간과 몇 안되는 AI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AI와 친구가 될 수 있는가?

인간의 감정을 학습하는 AI에게 마음은 있는 것인가?

인간의 가치에 기여하는 AI는 과연 인간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는 것인가?

언젠가 인공장기를 이식하면서 살아가야 할 미래의 포스트 휴먼은 인간인가? AI인가?

 

AI는 인간을 위해 스스로 전원을 내리지만 마지막으로 남기는 코드값은 우리가 인간이고자 한다면 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

 

p.243 인간은 인간의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간다

 

이소,루나,사해, 구실장, 이소의 부모인 닥터 K의 부부.

그들 각자의 시간은 인간이든 AI이든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고, 가치를 품으려는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인간이 이루고자 하는 세상은 그 옛날 바벨탑 쌓기와 다름없을 것 같다.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생명을 늘이고, 장기이식으로 육체를 보존할 수는 있지만 인간의 내면, 의식, 마음, 영혼의 세계는 각자의 시간과 마음으로 만들 수 밖에 없다.

누가 자신의 가치를 정확하게 짚어줄 수 있을 것인가!

 

인간답지 못하게 살아가는 인간이 많은 세상에서 AI를 통해 ‘인간의 가치’,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존재목적’은 스스로 찾아가야 하는 길이다.

앞으로 짧지않은 시간 안에 이 세상은 AI가 인간을 위해 움직여줄 것이다.

AI가 있는 곳은 사실 인간이 있어야 할 곳이었을 게 분명하다.

인간은 어디로 갔을까? 그 많은 미래의 인간은 AI의 등 뒤에서 무엇을 생각하면서 살고 있을까?

과거의 우리에게 원망어린 시선으로 역사책을 두들기고 있지는 않을까 두렵다.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가기 위해 인간에 대한 공부를 끊임없이 하면서 배우고 익히고 행동하고 깨우치고 후손에게 전해야 한다.

“우리는 인간이란다. 우리는 AI가 아니란다.”

 

 

 

 

인간은 인간의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간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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