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고릴라 - 우리의 일상과 인생을 바꾸는 비밀의 실체
크리스토퍼 차브리스.대니얼 사이먼스 지음, 김명철 옮김 / 김영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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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차브리스,대니얼 사이먼스 공저 | 김명철 옮김 | 김영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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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참고만 하세요)

1. 행동경제학에 관심이 많았던 모든 분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별 다섯 개(★★★★★)].
2. 제가 일전에 소개했던 책, "프레임"의 내용을 읽고 동감하셨던 분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별 다섯 개(★★★)].
3. 2008년 CDO를 비롯한 다양한 파생상품이 제약없이, 또 어떤 합리적 판단 없이 시장에서 팔려나갔는지 이해가 안되었던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별 네 개 반(★★★★☆)].
4. 행동경제학(혹은 행태재무론) 관련 서적을 전혀 안 읽어보신 분이라면, 이준구 교수님의 책 "인간의 경제학"을 먼저 읽어볼 것을 권합니다[별 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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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간 읽었던 책들을 정리하는데, 이 책 "보이지 않는 고릴라"에 대한 서평을 아직 쓰지 않았다는 것에 놀라..

이렇게 자판을 두들깁니다.  ^^

 

이 책은 일반적인 경제학의 가정(특히 '합리적 기대 이론')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던 분들이라면 두 팔을 높게 들어올려 흥분할 수 밖에 없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을 다루기에 앞서, 신고전파를 필두로한 '일부' 경제학자들이 생각하는 경제적 인간(호모 이코노미쿠스, Homo Economicus)의 특징을 한 번 짚어보죠.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아인슈타인(A. Einstein)처럼 생각할 줄 알고,
IBM의 빅 블루(Big Blue, 체스 고수를 이긴 슈퍼 컴퓨터)에 해당하는 기억 용량을 갖고 있으며,
간디(M. Gandhi)같은 의지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준구, "인간의 경제학")


 

윗 글의 설명처럼, "경제적 인간"은 기본적으로 냉철한 판단과 강한 인내심을 가지고 있다고 간주됩니다.  즉 "합리적인 기대"를 할려면, 이 정도는 기본으로 갖춰야하는 것이죠.  그러나 오늘 소개하는 책(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이 같은 '일부' 경제학자들의 가정이 대단히 잘못된 근거에 서 있음을 보여줍니다.  책의 제일 앞 부분에 나오는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의 경우는 인간이 얼마나 이상 야릇한 존재인지를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재생시간 1분에 불과한 농구경기 비디오를 시청하면서 피실험자(코넬 대학교의 학생들)에게 패스의 횟수를 세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그리고 1분에 걸친 비디오의 시청이 끝난 후 심리학 교수님(이 책의 저자 차브리스 교수)이 학생들에게 여쭤보죠. "비디오에 고릴라가 나오는 것을 보셨나요?"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기겁을 합니다.  "교수님 무슨 소리 하세요?"라고 외치죠.  그러나 비디오를 다시 재생하는 순간, 이 외침은 허탈함으로 변하고 맙니다.  약 10초가 넘는 시간에 걸쳐 고릴라 탈을 쓴 여학생이 경기장 중앙에 나와 카메라를 향해 가슴을 치고 걸어가는 것을 보고 그냥 입을 헤 벌린채, 넋을 잃었기 때문이죠.

 

이처럼 비디오 시청시간의 1/6이 넘는 시간 동안 고릴라가 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절반이 넘는 학생들은 고릴라의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물론 이 실험에 대해 강한 반발의 목소리들이 제기됩니다.  무주의 맹시라는 현상이 조작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죠.  이에 다양한 실험 대상을 대상으로 실험을 재개하는 데, 실험의 조건이 달라집니다.  이번에는 바운드 패스와 공중에서 넘기는 패스의 숫자를 구분해서 적으라는 요구를 피실험자에게 합니다.  대신 붉은색 페인트로 칠한 고릴라를 비디오에 출현시키죠.  결과는 어떠했을까요?

 

붉은 색으로 범벅되어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고릴라를 못봤다고 답한 피실험자의 비율이 70%를 넘어섭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요?  그것은 인간의 주의력은 '용량'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주의력을 많이 사용하면, 다시 말해 바운드 패스와 공중을 지나가는 패스를 구분해 셈하라는 요구가 추가된 것만으로도 70% 이상의 사람은 붉은 색 페이트로 범벅된 고릴라를 발견하지 못합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일전에 소개했던 책 "넛지"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죠.  인간의 집중력은 근육과 같아서 쉽게 지치며, 훈련에 따라 강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왜 수 많은 심리학자들이 운전중 통화(핸드프리 포함)를 절대 금해야한다고 주장하는지,
이제 그 이유를 아시겠죠? 


 

인간의 두뇌, 그 가운데에서 집중력을 담당하는 부분은 대단히 그 용량이 적어...  통화하는 중에 운전에 집중할 능력이 부족한 것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고릴라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농구선수의 집단(및 코치진)은 대부분 경기 중 고릴라가 경기장 가운데를 가로질러 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핸드볼 선수들은 고릴라를 대부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즉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모두 고릴라를 발견하는 게 아니라, 전문지식이 관련 있는 일에만 효과를 발휘하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주목했던 두 번째의 인간 심리의 문제는 바로 지식 착각(Illusion of Knowledge)입니다.  지식 착각이란, 과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을 지나치게 과신하는 편향을 의미합니다.  일상 속 사물의 작동원리를 사실은 잘 모르면서도 안다고 믿게 만드는 지식 착각 현상은 특히 복잡계(Complex System)와 연관된 문제를 판단할 때 파국을 맞게 된다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최악의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보스턴의 지하차도 '빅딕'입니다.

 

이 지하차도는 수 없이 많은 설계변경과 긴 공사기간으로 유명했을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결과(막대한 비용)로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고 합니다.  1991년 공사가 시작되어 2007년 12월에 완공되었는데, 이제부터가 오히려 문제라네요(관련 기사 참조).  147억 달러의 공사비가 들었고, 부채에 이자가 물리면서 2028년까지 갚아야 할 돈이 220억 달러로 늘어난답니다.  결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결과를 제대로 알지 못한채, 지나친 과신에 차서 일을 추진한 나머지 시민 모두가 빚더미 위에 올라서게 된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전문가들이 너무 지나친 과신을 보이며, 또 사물을 단순화시켜 설명하려는 것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일갈합니다. 
"가능한 모든 것을 간단하게 만들어야 하지만, 지나치게 간단하면 안된다"


 

즉 "다우의 개(Dogs of Dow)" 이론이나 혹은 "멋진 50종목(Nifty Fifty)" 등 너무 지나치게 단순화 시킨 투자전략들이 이런 비판의 주요 대상이 됩니다.  예를 들어 다우의 개 이론은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에 포함된 30종목 중에서 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다우의 개)에 투자하는 게, 탁월한 성과를 거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제가 소개한 책 "배당투자 - 확실한 수익을 보장하는 BSD 공식"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배당수익률이 아니라, 배당을 계속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과거에 맞았던 금융데이터가 미래에도 맞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태도는 대단히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데이터의 패턴을 근거로 추정한 예상은 통계의 약점인 '과적용'의 상황이 출현하는 순간 빗나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한동안 잘 맞았더라도, '평균 회귀' 현상이 나타나는 순간 다시 투자자를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것이죠. 

 

이상의 이야기에서 잘 나타난 바와 같이.. 인간은 대단히 오묘한 존재입니다.  눈 앞에 지나가는 고릴라는 못 보면서도, 자신이 자신의 분야에서는 최고인 것처럼 과도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그야 말로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존재이죠.  물론 저 역시 대단히 부족한 존재입니다.  다만, 예전에 소개했던 책("프레임")에 적혀 있듯, "자신의 한계를 깨닫는 것, 그것이 바로 지혜"라는 경구를 맘에 새기며 항상 지금 내가 잘못된 프레임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곤 합니다.  

 

즐거운 독서, 행복한 투자되시길~ 

 



ps. 마지막으로 아쉬운 부분 하나만 꼽자면, '주'에 대한 번역이 안되어 있는 점입니다.  기왕에 하는 번역 '주'까지 번역했으면 하는 아쉬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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