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노믹스 - 세계 경제 사령관 버냉키의 전략
장보형 엮음 / 유비온(랜드스쿨,패튼스쿨)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먼저 이 서평을 올리기 된 계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책을 쓴 장보형씨는 WISE infonet이라는 경제정보 사이트의 가장 열정적인 연구원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이름을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미국경제의 동향을 다룬 보고서의 맨 앞에 항상 적혀 있는 이 이름을 보며, 친숙함을 느낀지는 벌써 5년이 훨씬 넘었지요.  어찌 인연이 닿아, 장보형씨가 이 책의 초고를 보여주며 자문을 구하더군요(저는 조그만 증권사에서 경제분석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읽었을 때에 든 생각은 '참 어렵다'였습니다. ^^;;;  원채 중앙은행의 역할이라는 게 복잡다단한 데다, 또 이야기가 잘 정리되어 있지 않아 글이 굉장히 어렵더군요.  그러나 몇번 교열을 거치고, 또 책을 내용을 보강하는 과정에서 이 책은 점점 생명력을 얻게 되어 이렇게 감히 책을 권하는 '추천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먼저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신임 의장으로 임명된 벤 버냉키가 어떤 사람이며, 또 어떤 말을 해왔는지 자세히 추적하고 있습니다.  책의 1부 부분에서는 버냉키의 경력과 그의 주장에 대한 학계 및 시장전반의 평가를 중심으로 다룹니다.  최근 미국이 부동산시장의 거품 붕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 때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대공황에 집중했던 버냉키 의장의 학문적인 이력은 많은 흥미를 제공합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심각한 경기침체와 자산시장의 폭락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이.. 부동산 불황으로 고통 받는 나라의 중앙은행장이 된 것은 어쩐지 운명의 장난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 책의 2부 부분에서는 버냉키 의장의 주요 발언과 보고서를 전문 번역함으로써, 버냉키의 의중을 보다 섬세하게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경제분석가로서 버냉키 의장의 주요 발언을 이미 접한적 있습니다만, 번역이 아주 매끄러운 데다 적절한 용어로 바꿔 놓아 많은 부분이 참 새롭게 다가오더군요.  버냉키 의장도 전임 그린스펀 의장 못지 않은 달변가라는 점이 읽기 쉬운 글을 만든 원인이겠습니다만... 암튼 딱딱한 경제관련 주장이라고 보기에는 많이 매끄러운 편입니다. 특히 208쪽부터 시작되는 버냉키 의장의 인준 청문회 증언 부분은 청문회의 현장에 직접 참석한 듯한 현장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 책은 버냉키의 여러 이력을 조사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중간 중간에 삽입된 "보론" 부분은 다양한 학문적인 이슈를 알기 쉽게 정리·요약하고 있어,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쉽게 중요한 논쟁점을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찬사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쉬운 책이 아닙니다.  상당히 어려우며, 또한 논쟁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어 경제분석을 업으로 하고 있는 저 역시 중간 중간 모르는 부분이 생길 때마다 표시하고 금융경제용어 사전을 뒤적이게 만듭니다.-_-;;;;  그렇지만, 이런 어려움이 이 책의 가치를 크게 떨어뜨리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양한 논쟁과 또 증언을 접하다보면, 처음에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이 점차 다가오기 시작하니까 말입니다.  

결론삼아 말씀드리자면, 경제학을 전공하신 주식투자자들에게는 한권쯤 가지고 있어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됩니다.  대신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다소 부담되는, 어찌 보면 고민거리를 안겨주는 책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랜만에 중앙은행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서가 나왔다는 점에서 참 기분 좋은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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