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20世紀의 사상을 찾아서 - 자크 데리다

20世紀의 사상을 찾아서 -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



오늘날 새롭게 개척된 인문학적 주제나 이론치고 데리다의 해체론 덕을 보지 않은 것은 드물다.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포스트모더니즘은 물론이고 페미니즘, 탈식민주의, 신역사주의, 문화연구 등 실로 다양한 사조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해체론이라는 저수지에서 물줄기를 끌어오고 있다. 이 저수지에는 플라톤부터 하이데거에 이르는 철학사뿐만 아니라 언어학, 정신분석학, 마르크스, 그리고 보들레르 이후의 문학과 예술 등 유럽의 위대한 지적 유산이 흘러들어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데리다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이 큰 철학자로서 군림하게 된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거시적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미시적 측면이다. 해체론은 2000년 전통의 서양 사상사를 총체적으로 해체하고 새로운 사상사적 천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데리다는 이런 방대한 계획을 고전적 문헌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통해 실천해 나가고 있다. 미시적 엄밀성의 극치를 보여주는 데리다의 장인적 글읽기와 글쓰기는 문학에서 건축학에 이르는 광범위한 분야의 학자들에게 문헌 해석의 새로운 경지를 일깨우기에 족 했다. 해체론의 충격은 그 목표의 거대성만이 아니라 절차상 세밀성이 빚어내는 효과다. 해체론의 첨단성도 이 두 측면의 성공적 결합에 있다.


해체론이 싸우는 괴물은 철학 자체다. 이때 철학이란 좁게는 필로소피아란 이름으로 태어난 이론적 사유이고, 넓게 보아서는 서양 문화의 근간, 서양성의 구심점이다. 플라톤에 의해서 철학적 탐구 계획이 확립된 이후 장구한 세월이 흘렀고, 그동안 수많은 학파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해체론에 대하여 이러한 변화는 표피적 현상이다. 서양 사상사의 심층은 단일한 패러다임에 바탕을 둔 단일한 시대를 이룬다. 이런 사상사적 장기 지속을 유지해온 은폐된 원리와 무의식적 전제들을 발견하고 그 지배력의 범위와 한계를 표시하는 전략, 그것이 데리다가 말하는 해체론이다.


해체론은 종종 터무니없이 파괴와 부정의 취미로서 평가 절하된다. 그러나 파괴하지 않는 사상, 부정없는 해방은 없다. 가령 로고스 중심주의의 창시자 플라톤은 신화적 사유와 시적 사유의 파괴자였다. 근대의 출발점인 데카르트는 절대적 확실성을 구하기 위해서 회의 가능한 모든 것을 부정했다. 마찬가지로 데리다는 미래적 구상의 출발점으로 해체 불가능한 것을 구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해체 가능한 모든 것을 해체한다. 데카르트의 회의불가능자가 자아의 존재였다면, 데리다의 해체불가능자는 차연, 흔적, 보충, 유령, 선물 등 문맥에 따라 서로 다른 이름을 취한다. 그러나 그것은 노자의 도처럼 고정된 의미가 없고 개념적으로 표상할수 없다. 이는 그것이 과도한 실재성을 띠어서가 아니라 무에 가까운 과소한 실재성을 띠기 때문이다.


이 해체불가능자는 형이상학에 대하여 이중적 관계에 있다. 먼저 그것은 형이상학적 의미의 기원보다 더 오래된 기원이며 형이상학의 필수적 자양분이다. 그러나 형이상학은 이 요소를 망각하거나 배제해 왔다.그 망각과 배제가 형이상학적 체계 안에서 사유되지 않는, 그러나 그 체계의 가능 조건이다. 그러므로 이 해체불가능자는 형이상학적 체계안에 있으면서 밖에 있고, 이용되고 있으면서 감추어져 있다.


간단히 말해서 형이상학은 이항 대립적 체계다. 현전과 부재, 참 과 거짓,보편과 특수, 동일성과 차이, 안과 밖, 남과 여 등 끝없이 변주되는 이분법이 형이상학적 건축술의 뼈대를 이룬다. 해체불가능자는 이런 대립적 양항의 어느 한 쪽에 속하지 않는 제3의 사태다. 양자 사이의 경계에 출몰하는 초월자, 이탈언어적 사태는 이론적 언어의 팽창을 유발하는 동인이지만, 그 언어를 통하여 이미 형이상학의 세계안에 기입되어 있는 내재적 사태다. 그리고 그렇게 기입되기 위하여 지워졌거나 왜곡된 형태로 남아있는 희미한 사태다.


해체한다는 것은 서양적 사유를 구성하는 동시에 벗어나는 이 경미한 초월자를 찾는다는 것을 말하고, 이는 그것이 변형과 소멸을 겪으며 기록된 문헌을 자세히 읽는다는 것과 같다. 텍스트의 밖은, 그 밖에 따로 존재하는 초월자는 없다.

김상환 (서울대 교수).
○약력. /▲1960년생 ▲연세대 철학과 학부-석사 졸업, 프랑스 국립 파리제4대학 철학과 박사 ▲연세대 문리대 조교수, 현재 서울대 철학과 조교수 ▲저서 '데카르트적 코기토와 비데카르트적 코기토'(1991) '해체론 시대의 철학'(1996) '매체의 철학'(공저·1998) 등.

[데리다] `텍스트 밖에는 없다'로 구조주의 대세에 파문

데리다의 삶과 학문은 대부분 다수 보다는 소수, 주류 보다는 비주류 쪽이었다. 1930년 본국이 아닌 프랑스령 알제리에서 태어난 데리다의 학창시절은 별로 평탄치 못했다. 유태인이란 이유로 제2차 세계대전 중 비시정권때는 다니던 중학교에서 1년동안 쫓겨나기도 했고, 고교생때는 축구에 빠져대학입학자격시험(바칼로레아)에도 떨어졌다. 재수 끝에 고등사범학교에 입학했고, 졸업 후에도 역시 한번 낙방한 후 교수자격시험에 합격했다.


학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고등사범학교 교수 재직중이던 1967년 '그라마톨로지' '목소리의 현상' '글쓰기와 차이' 3부작을 잇달아 내놓으면서부터. 텍스트 뒤의 구조를 밝혀내려는 구조주의가 유행하던 당시에 '텍스트의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선언,철학계에 일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데리다는 플라톤 이후 구조주의에 이르기까지 육체보다는 정신, 문자언어보다는 음성언어 중심인 서양형이상학의 해체를 주장한 것. 1970년대 중반 이후에는 텍스트의 범위를 음성-문자언어를 넘어 정치적, 윤리적 차원으로까지 확대하는 한편 현실문제에도 적극 참여했다. 1981년엔 프라하에서 체코의 반체제 지식인들과 비밀회합을 갖다가 체포돼 미 테랑 대통령까지 나서 구명운동을 편 끝에 추방되기도 했고, 만델라 구명운동과 '반 아파르트헤이트'전도 기획했다.


또 예술가들과도 어울려 미국 건축가 피터 아이스만과 함께 공원을 설계하고, 비디오아티스트 게리 힐의 작품에 '출연'하기도 했다. 또 90년대 들어서는 '마르크스의 유령' 등 기아, 인종주의, 핵문제 같은 현실문제에 대한 저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의 해체주의는 프랑스 안팎의 반응이 극단적으로 엇갈린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미국에서는 그의 해체주의가 문학, 건축, 영화, 미술 등 다양한 영역에 응용되고 예일대 존스홉킨스대 등이 정기적으로 그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고 명예박사학위를 주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학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그가 사용하는 용어-개념의 난해함(모호함), 하이데거 철학의 아류로 보는 시각때문에 '현대판 소피스트'라는 비아냥도 그를 귀찮게 한다. 프랑스 학계의 데리다 푸대접은 1980년 파리 10대학 철학과 폴 리쾨르 후임교수 선발때 잘 드러났다. 이 자리 를 따기 위해 나이 쉰에 소르본대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아온 데리 다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 그후 데리다는 1983년 국제철학학교를 창설, 초대 교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철학과 주임교수로 재직중이다. (김한수기자 :
hansu@chosun.com)

*2004년 타계했다.

[해체주의 연원과 현황] 프랑스 냉대로 영국에 파급

데리다의 해체주의는 플라톤 이후 로고스에 얽매인 서양 철학과 형이상학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니체와 하이데거에 맥이 닿는다고 전문가들을 말한다.


니체와 하이데거는 인간 존재 뒤에 완전하고, 불변하며 영원한 뭔가가 있다는식의 형이상학을 비판했다. 니체는 인간을 떠받치고 있던 '배후의 실체' 신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하이데거는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는 진리 대신에 '지금 여기 있는' 인간 존재 자체에 주목했다. 데리다 역시 구조주의에 남아있는 형이상학의 잔재를 비판했던 것. 그밖에도 데리다에 영향을 준 사상가로는 기호학적 방법론을 제공한 소쉬르, 데리다 자신의 석사학위 논문 주제로 삼았던 현상학의 후설 등이 꼽힌다. 마르크스의 비판정신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프랑스 학계의 냉대 때문에 데리다 사상의 후계자는 미국쪽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우파계열의 수용자로는 1975년 이후 데리다와 함께 예일대에서 강의했던 폴드만, 블룸 등의 '예일학파'를 들수 있다. 이들은 문학비평에 데리다의 해체주의를 응용한 경우. 좌파에서는 인도출신 학자로 '그라마톨로지'를 영어로 번역한 스피박과 '해체론과 맑시즘'의 저자 라이언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서양 형이상학에 바탕을 둔 현실 정치- 사회-경제적 질서와 제도에 대한 비판과 페미니즘 이론에 해체주의를 적용했다.


90년대 들어 국내에도 데리다의 저작이 상당수 번역돼 나왔다. '그라마톨로지' (김성도 옮김·민음사) '마르크스의 유령들'(양운덕 옮김·한 빛)'다른 곶'(김다은-이혜지 옮김·동문선) '시네퐁쥬'(허은아 옮김·민음사) '에쁘롱, 니체의 문체들'(김다은-황순희 옮김·동문선)과 대담집 '입장들' (박성창 편역·솔) 등이 있다. 또 '데리다 읽기'(이성원 엮음· 문학과지성사) '해체론 시대의 철학'(김상환 지음·문학과지성사) 등 해설서도 나와있다. (김한수기자 :
hansu@chosun.com)

 

 

 

 

데리다
크리스토퍼 노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시공사 / 1999년 2월

 

 

 

 

시네퐁주
자크 데리다 지음, 허정아 옮김 / 민음사 / 1998년 7월

 

 

 

 

데리다와 해체주의 철학과 사상
휴 J.실버만 지음 / 현대미학사 / 1998년 1월

 

 

 

 

데리다 읽기
이성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3월

 

 

 

 

에코그라피
자크 데리다. 베르나르 스티글러 지음, 김재희 외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데리다와 역사의 종말
스튜어트 심 지음, 조현진 옮김 / 이제이북스 / 2002년 9월

 

 

 

 

데리다
제프 콜린스 지음, 이수명 옮김 / 김영사 / 2003년 3월

 

 

 

 

테러 시대의 철학
지오반나 보라도리 지음, 손철성.김은주.김준성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9월

* 데리다에 대해 잘 모르는 관계로 읽어보고 싶은 책들, 입문서 격이거나 그나마 좋은 평(변역)을 받는 책들로 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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