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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성계 -상 :동트는 광야
김성한 지음 / 지성과사상사 / 1992년 8월
평점 :
품절
사람마다 제각기 가야할 길이 있으니 가는 길이 다르다고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과거와의 단절에 애수를 느끼다가도 현실의 행복에 도취되어 버리는 것이 인간이 아니던가... ... 이성계의 일생을 좇아가는 작가의 심정은 아마도 무심히 흘러가는 세월의 덧없음에 놓여있는 것 같다. 한참을 흘려보낸 뒤의 인생은 옳다거니 그르다거니 생각해 무엇하겠는가. 한갓 춘몽에 불과한 것을. '소설 이성계'의 분위기는 이와 같은 허무한 인간사에 둘러싸여 있다.
하룻밤의 꿈처럼, 아들에게 왕좌를 넘겨주고 딸을 찾아가는 이성계의 모습은 무척 쓸쓸하게 그려져 있다. 소설은 그러한 쓸쓸한 풍경을 비춰주면서 끝을 맺는다. 작가는 이미 소설의 첫머리를, 공민왕 10년에 일어난 독로강 만호 박의의 반란으로 시작하면서 이성계에게 고뇌하는 무장이라는 이미지를 입혀주었다. 홍건적과 왜구의 토벌, 위화도에서의 회군, 권력의 장악, 무참한 살육, 왕의로의 등극, 모든 사건의 한가운데에 이성계가 서있었으면서도 그것은 그가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순간순간 고민하는 그를 이끌어가던 멈추지 않는 세월의 탓이었다.
최영이 옳았는가, 이성계가 옳았는가. 작가에게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의 화살, 인간의 힘으로는 막아내지 못하는 시대의 질주는 옳다 그르다 평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보다는 한 시대속의 인간의 삶을 상상해보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1960년대에 나왔던 책을 다시 재출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