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 건강하게 살다 가장 편안하게 죽는 법
우에노 지즈코 지음, 이주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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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1인 가구 등 혼자 사는 것이 편한 사람들은 주변 사람에게 꼭 듣는 말.. 너 그러다 고독사 한다..!!!! 하지만 사실 개인적인 의견으론... 내가 고독사 하더라도 내가 죽고 난 뒤라 크게 상관없을 것 같긴 하지만 매번 저주라도 내리는 것 마냥 1인 가구의 말년을 불행하게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짜증 나던 시기에, 우에노 지즈코 선생의 신작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를 읽게 되었습니다.

공감이 가는 문구로 책이 시작이 됩니다. "가족과 함께 살면 아무래도 나를 억누르고 가족을 먼저 생각해야 하니까요. 당연히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질 수밖에요." 사실 누군가를 챙기는 것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행복감을 느낀다면 전혀 문제가 될 일은 아니지만 인터뷰를 한 60대 여성처럼 나도 그런 행위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혼자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혼자 잘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이 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 같다.


책의 내용은 이제 정말 고령의 나이가 된 우에노 지즈코 선생이 집에서 혼자 죽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데이터와 자신과 주변의 경험을 빗대어 설명해 주는 책이다. 건강한 상태로 죽는 것뿐만 아니라 치매나 암 환자 역시 집에서 혼자 죽는 것(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이 더 좋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책의 구성은 굉장히 흥미롭고 1인 가구에 대한 포부를 주변에 밝히면 자주 듣게 되는 개소리들 위주로 구성이 된 듯하다. 가령 2장, 자녀가 없는 노후는 정말로 비참한가?는 애를 낳지 않겠다고 하면 말년에 불행할 거라는 듯. 자녀를 양육하는 기쁨을 놓치게 될 거라는 둥 저주인지.. 조언인지... 긴가민가한 발언을 종종 듣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해 줄말이 조금 더 생긴 듯해서 좋았던 파트이다.(물론 그런 사람들은 통계를 들이밀어도 안 믿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4장 중요한 것은 살아 있을 때 고립되지 않는 것이다.라는 챕터도 흥미로웠다. 사실 고독사 라는게 죽을 때 고독하게 죽는다는 것인데, 앞에서도 말했듯 이미 난 죽었는데 그게 무슨 상관인가..라는 생각이 들고 저자의 주장처럼 살아 있을 때 고립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5장, 치매에 걸려도 집에서 혼자 죽을 수 있을까? 챕터는 내가 치매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바꾸게 되는 챕터였다.



"나는 이제 작별 인사와 감사의 말은 상대의 귀가 들릴 때, 들을 수 있는 곳에서 몇 번이고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죽어가는 사람을 붙잡고 "엄마의 자식이라서 행복했어요"라며 눈물을 흘리기보다는 아프기 전에 말해주는 게 좋다. (...) 후회하느니 좀 더 빨리 몇 번이고 말해드리자."

라는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아 있을 때 나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태일 때에 더 자주 사랑함을 표현하고 고마움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은 그래서 혼자 죽는 것과 무슨 상관이냐? 싶을 수도 있는데, 개인인 생각이지만 죽는 순간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고립되지 않도록 노력하며 혼자 죽는 것을 연습하는 거에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위에서 5장 치매와 관련해서 책에 좋은 내용이 제법 많아 공유를 하자면,

"우리 모두 나중에는 치매에 걸립니다.

그 사실을 전제로 치매에 '걸려도' 되는 게 아니라

치매에 '걸려서' 좋은 사회, 또한 이를 전제로 '치매에 대비하는'사회로 가야 합니다."

라는 문구가 꽤나 인상 깊었다. 사실 치매는 우리가 막을 수도 없고 예고하고 오는 것도 아니다. 책에서 말하듯 우리는 언젠가 치매에 걸릴 것이라는 걸 전제한다면 우리의 사회는 좀 더 치매 친화적인 사회가 구성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간병인의 관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뭐랄까 치매 노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제 기능을 못하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느낌이 좀 없지 않아 있어서.. 이런 면에서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의 상태를 '가시화'하는 게 중요하다.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치매를 숨기지 않아야 한다. '나는 여기에서 이렇게 평범하게 살고 있다'라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차별과 편견은 사라지지 않는다. 자신의 가족이 치매이고 어떠한 상태인지, 어떻게 대응하면 좋은지, 조금이라도 좋으니 그런 정보를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면 된다."

이 부분에서 특히 '나는 여기에서 이렇게 평범하게 살고 있다'라는 모습을 가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것도 꽤나 생각할 거리가 아닌가 싶다. 치매 노인의 삶이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삶이 평범하지 않은 건 또 아니라는 점. 그들도 남들과 비슷하다는 점. 그리고 편견과 차별을 타파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래서 혼자 죽는 것과 내가 아직 걸리지도 않은 치매 이야기가 무슨 상관인데? 싶을 순 있지만. 내가 늙어서 언제 갑자기 치매가 걸릴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그 상황이 왔을 때 사회가 지금보다 더 치매 친화적 사회가 된다면 1인 가구로 살아도 좀 더 여유 있게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책의 저자가 80대인 점을 고려했을 때, 청년인 내가 읽고 있자니 너무 먼 미래같이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책 내용 자체가 혼자 잘 죽는 방법 101 의 느낌이라기 보다, 혼자 죽는 것에 대한 과정이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넓게 적혀 있어 청년들이 읽어도 괜찮은 책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나이가 들어 죽을 때 쯤에는 사실 또 저자가 말하는 것과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현시대에는 걸맞은 내용이니 이 책을 근거 삼아 나중에 1인 가구 전용 죽음 서비스(?)를 꾸려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 의견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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