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졸업 - 소설가 8인의 학교 연대기
장강명 외 지음 / 창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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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신의 생활에 결정권을 가질 수 없다. 때문에 어른들의 결정 혹은 여의치 않은 사정에 따라 의지와 상관없이 정든 학교를 떠나고 친구와 헤어져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기도 한다. 여기 부모님, 아니 아빠의 사업실패에 따라 명절 때에도 하루도 자고가지 않았던할머니 집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또 한명의 가 있다. 김아정의 <환한 밤>에서 는 서울생활을 묻는 친구들에게 집이 망해서 판자촌 동네인 할머니 집으로 온 것을 말하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이를 알아챈 친구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리고는 다른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들킬까 봐 불안에 떠느니, 혼자 지내는 것을 택하게 된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학창시절 중 가장 즐거웠던 시간을 꼽으라면 도시락 세대라면 친구들과 둥그렇게 둘러앉아 반찬을 나눠먹고, 급식 세대라면 먼저 달려가기 위해 한쪽다리를 책상 밖으로 빼고 기다리던 시간, 어른들의 개입 없이 온전히 학생들끼리의 시간인 점심시간을 이야기하지 않을까. 그런 시간을 혼자 보낸다는 것. 어떻게 보면 가 자초한 일이지 않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의 뒤에는 사업이 망해서 집이 넘어갔으니 할머니 집으로 가 있으라는 말 이후에는 일절 언급이 없는 아버지와 손님이 올 때면 병들고 시든 화분을 세탁실 안쪽 깊숙한 곳에 밀어 넣듯이 내방 안쪽 깊숙한 곳으로 나를 치워두는 엄마가 있다.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선생님이 있고, 밤중에 혼자 길목에 앉아 있어도 인사만 하고 지나가는 옆집 아주머니가 있다. 급식을 혼자 먹고, 아무와도 이야기 하지 않는 의 문제는 비단 거짓말을 한 의 문제였을까.

 

어른들은 아이들의 문제를 때 되면 다 지나가고, 그때는 다 한번 씩 겪으며, 그것 말고도 세상에는 더 큰일이 훨씬 많은- 류의 문제로 치부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겪는 문제들은 와 같이 어른들에 의해 유발되는 문제 또한 많다. 학창시절에 급식을 혼자 먹은 기억은 커서 학창시절을 되돌아 볼 때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가 될 수 도 있으며 지나간 것만으로도 다행인 일이 되어버릴 수 있다. 다시는 치유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다행히 는 엄마가 퀭해진 얼굴로 몰라서 미안했다고 전하는 진심에 엄마에 대한 마음이 조금은 풀리게 된다. ‘나의 힘듦을 알아주는 사람이 한명만 있어도, 그게 엄마라면 더욱더 가 친구들과의 일을 풀어갈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불빛을 따라가고, 청소도구함에서 죽은 나방시체가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나는 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다독여주는 손길이 필요했던 것 같다. 소설을 읽다보면 엄마의 손길이 자양분이 되어 한참은 더 남았을 학창생활을 잘 버티어 내기를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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