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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 천재 시계사와 다섯 개의 사건
다니 미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0월
평점 :
흔히 NT라고 하는 가벼운 소설류의 표지처럼 미소년의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책의 표지라 그 내용 역시도 가볍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고 적절하게 균형잡혀 있으면서 적절한 긴장감으로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었다.
이제는 더이상 번창하지 않는, 잠시 '잠을 자고 있는' 상가 거리로 이사 온 - 실은,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회피의 목적으로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도망 온 - 나시나 아카리. 그리고 맞은 편에 살고 있는 '추억의 시時 를 수리합니다' 라는 간판이 붙은 시계 수리공 이다 슈지. 이 둘의 이야기가 주축으로 이 잠을 자고 있는 상가에서 벌어지는 조금은 일상적이지 않고 특별한 경험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누군가의 지나온, 추억들에 관한 옴니버스식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궁극적으로는 주인공 남녀의 이야기로 합쳐지는데 이러한 진행이 마치 일본 만화책이나 심야식당과 같은 이야기를 보는 듯했다.
아버지 없이 자란 한 여자의 이야기, 젊었을 적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주지 못한 할머니의 이야기, 어렸을 적 강에서 딸을 잃어버린 엄마와 부모님이 이혼해서 엄마없이 자란 딸의 이야기 그리고 형에게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어 시계를 수리하지 않고 살고 있는 슈지의 이야기와 잃어버렸던 기억 속에 어렸을 적 슈지를 만난적이 있었던 아카리의 이야기까지.
'추억이 필요한 건 살아 있는 인간뿐이잖아.'
...(중략)...
추억은 확실히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좋은 일이든 좋지 않은 일이든, 자신 내부에서 하나의 결말을 맞이한 사건은 결정체처럼 형태를 갖추고 마음 어딘가에 반드시 들어 있다. 그것을 받침대로 삼아 미래로 향하는 계단을 하나 오르는 것을 게다. -page 170
뭐라해도 이 소설이 갖고 있는 정체성은 이 문장에서 모두 드러나는 것 같다.
지나간 일을 후회해도 소용이 없고, 현실은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나온 나의 삶과 기억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하는 자양분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