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 서구 문명은 왜 마녀를 필요로 했는가
주경철 지음 / 생각의힘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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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들러 책을 훑어보다가 눈에 들어온 책이다.일단 제목이 관심을 끌었고,저자가 주경철이다.주경철교수의 책을 여러권 읽었는데 다 재미있었다.이책은 마녀에 대해 역사적근원,마녀개념의 정리,실행과정,기록을 통해본 마녀재판의 사례등을 담고있다.단순한 흥미거리가 아닌 학문적성격을 갖는다.나도 중간에 마녀의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 온갖 말도안되는 이론을 정립해가는 카톨릭수사들의 내용은 그냥 넘어갔다.마치,김기춘이 박정희유신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말도안되는 "유신헌법"을 만들어 반정부정책을 공산당이라는 이름을 붙여 "마녀사냥"한것과 유사하다 할것이다.

"마녀사냥"이 극에 달하던 시기는 계몽의시대,이성의시대 가 도래하는 17세기 무렵이라는것이 오히려 아이러니하다.교회와 세속권력이 국가라는 근대의 틀을 갖춰가던 시기에 그동안 민간에 용인되어왔던 수많은 민간신앙,고대종교의 흔적들을 정통기독교와 반하는 악의축,마녀로 규정함으로써 정당성을 확보하려했다고 보고 있다.

지금도 "마녀사냥"이라 하면 비이성적인 상황을 말하는데,그 재판내용을 보면,가난하고,힘없는대상(과부,여자,늙은여인,미천한직업의소유자)이 선택되고,무자비한 고문을 통해 얻어낸 자백만으로 죄가 확정되고,그 고문을 못이겨 나온 이름이 다시 마녀로 확정되어 퍼져나가는 형태를 띠었다.

이런과정을 보며 나는 한국전쟁,또는 해방후 제주 4,3항쟁이나 여순반란사건등에서 보여준 서북청년단을 필두로한 친일경찰,군인들이 벌인 양민학살의 모습을 한국판"마녀사냥"으로 보았다.당시 "빨갱이"는 "마녀"와 동일어였을것이다.사람으로 여기지 않았기에 그처럼 잔악하고 참혹한 학살을 벌일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마을"이라는 공동체를 상부상조하는 이상향으로 생각하기 쉬우나,서양에서나 한국에서도 대부분 "마녀사냥","빨갱이소탕"에는 마을사람들의 고발과 집단광기가 작동하였다.

지금의 입장에서 보면 한마디로 "미친짓"에 불과하지만,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지금도 여전히 마녀사냥은 집단의 광기에 의해 발생하고 있고,앞으로 어떠한 사악한 지도자에 의해 재현될수도 있다.특히나,SNS가 발달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빠르게 퍼지면서 집단의 광기에 매도당하는 일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늘 객관적,합리적,이성적 판단이 필요하다.

자신의 정당성을 위해 악을 필요로 하는 현상은 초역사적으로 존재했으며,현대까지도 이어진 것이 사실이다.나치에게는 유대인이,파시스트들에게는 공산당이,스탈린주의자들에게는 미제 스파이가 마녀역할을 하였다.그렇지만 그런 상징적 의미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악마의 사주를 받아 인간 사회 전체를 위험에 떨어뜨리는 마녀를 창안하고 동원한것은 근대 초기 유럽문명의 특이한 현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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