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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 ㅣ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2
이청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1월
평점 :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일부를 들었었다.읽어보리라 마음먹었던차에 설에 처가에 갔더니 이제는 모두 시집을 가고 난 처제들의 책장에 이책이 꽂혀 있길래 가져왔다.처제중 누군가 대학다닐때 감명깊게 읽은 모양이다.밑줄이며 책의 여백에 여러 메모가 되어있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보통은 출,퇴근시간 전철이나 기차에서 읽고 마는 편인데,이책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 집에 와서도 읽게 되었다.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고,생각의 꺼리들은 많이 제공해준다.흔히 문둥병이라 불리는 한센병에 대해서 궁금해서 네이버 지식검색도 찾아봤고,어렸을적 시골에서 자랄때 봄에 진달래가 많이 필때 문둥이들이 병을 낫는다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어린아이를 꼬셔서 간을 빼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아마도 문둥이들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과장된 소문들이었을것이다.그후로도 소록도,한하운 시인,등 한센병관련 이야기를 들었어도 별 관심이 없었다.그런데 이책을 읽고나니 조금이나마 이해도가 높아졌다."당신들의 천국"이란 제목이 모든것을 말해주는듯 하다.
의욕이 넘치는 새로운 원장이 부임하자,보건과장 상욱을 필두로 소록도의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걱정이 앞선다.일제시대 엘리트코스를 마다하고 소록도에 원장으로 취임해 지금의 소록도를 만들고 한때는 살아있는 신으로 추앙받고 동상이 건립되었던 "주정수"원장에 대한 배반의 기억때문이었다."소록도"를 "낙토"로 만들겠다는 기치아래 각종 시설과 도로를 확충해 나아갔고,그 과정에서 원생들은 가혹한 노동과 핍박,인권탄압이 자행되었지만,원장은 일본황실로부터 귀족칭호까지 수여받고 마치 문둥이들의 수호신으로 군림하였다.그곳은 원장의 천국이었지,정작 원생들에겐 지옥이었다.
그러한 일들이 되풀이 될것을 예감한 상욱과 황장로의 끊임없는 견제가 없었다면 조대령도 같은 길을 갔을것이다.물론,주정수원장시절은 가혹한 일제시대였기에 더했을지도 모른다.
"소록도"라는 특수한 환경에 있는 섬에서 원장이 차지하는 위치는 하나의 왕국의 왕에 버금가는 권력을 행사한다.주정수 원장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문득 "박정희"와 "김일성"을 떠올렸다.가난과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외치며 일치단결하게 만들어 "천국"을 꿈꾸게 만들며 몰아쳤고,대다수의 국민들도 처음에는 호응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대수는 그것이 우리에게 천국이 아니고 당신들에게만 천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것..,소설속에서 주정수원장은 그의 동상앞에서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고 동상도 헐리지만,여전히 남과북의 두 "주정수"는 누군가에게 신앙의 대상이다.
오래된 책이다.1976년에 초판이 발행된것을 보면 엄혹한 군사독재시절이었을텐데 이런 책이 용케 출판되고 읽혀졌나 보다.요즘세상이 워낙 70~80년대로 회귀한듯하여 내용에 더 공감이 가는지도 모르겠다.작가의 주제의식이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