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니면 언제? - 투신자살한 아우슈비츠 생존작가 프리모 레비의 자전적 장편소설
프리모 레비 지음, 김종돈 옮김 / 노마드북스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다방"에서 이 작가의 책을 세번이나 다뤘다.'이것이 인간인가?''가라앉은자와 구조된자'와 '주기율표'등이다.한 작가의 책을 한번이상 다루기가 쉽지 않은데 책다방 진행자나 관계자들이 어지간히 좋아하는 작가인 모양이다.연말결산에서 황정은 작가는 지난해 다뤘던 책중에 단한권의 책을 꼽는다면 "가라앉은자와 구조된자"라고 하였다.책다방의 책선택이 내 취향과도 잘 맞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이 작가에게 가장 잘 표현되는 말이 "윤리적 균형감각"이라는 말이다.아우슈비츠를 경험한 많은 책들이 있지만 프리모레비만큼 깊은 통찰과 성찰의 글을 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즐겨찾는 도서관엘 갔더니 책다방을 듣는 사람이 많아졌는지,위에서 언급한 세권은 모두 대출중이었다.그래서 도서관에 남아있는 두개의 책을 빌렸는데,먼저 읽은 책이 이것이다.

너무도 재미있게 읽었다.계속 머리속에 책의 내용이 맴돌았고,어제밤 새벽에 일찍 깨었을때는 거실에서 2시간이 넘게 이책을 보다 잤다.이책 한권만으로도 프리모레비에게 푹 빠진것이다.아마도 이작작의 책은 모두 읽을것 같다.

이책의 주인공은 러시아 유태인인 "멘델"이라는 청년이다.기계는 뭐든지 잘 다룰줄 아는 시계수리공출신에 전직 러시아 포병출신이고,나치의 학살에 아내를 잃었다.이 청년이 레오니드라는 청년과 함께 빨치산 부대를 찾아가고 온갖 고초를 겪으며 빨치산생활을 이어가고 나중에는 전쟁이 마무리 되어 이탈리아까지 가는 여정을 다룬 소설이다.이들이 거쳐간 빨치산 부대는 수도원에 근거지를 둔 소박한 부대부터 아나키스트 빨치산부대,폴란드 정예 빨치산부대,마지막으로 유태인 빨치산부대등 다양했다.인상적인것은 그 빨치산 부대의 대장들은 나름 대장감다운 면모가 있었다는 것이다.그리고 나치의 잔학상은 이루 말할것없고(마치 한국전쟁당시 벌어졌던 보도연맹원 학살이나 민간인학살을 보는듯했다)나치에 빌붙던 우크라이나,폴란드의 민병대들의 잔학상도 끔찍했다.또하나,왜그리 유태인들을 박멸해야만할 종족으로 미워했는지 이해못할 일이다.주변인으로 떠돌던,그리고 독특한 신앙체계와 생활,고리대금업같은 천시받는 직업등이 나치의 유태인 말살정책에 편승해 곳곳에서 이해하지못할 편견과 광기로 그들을 대했다.민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또하나 나치에 저항하는 빨치산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해방전후부터 한국전쟁까지 남한 각지에서 빨치산으로 활동하던 우리네들의 모습이 겹쳐졌다.그쪽 빨치산들은 러시아 공군으로 부터 비행기로 물자보급이나 통신등의 지원을 받았지만,남한의 빨치산들은 그야말로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힘들게 버티다가 스러져 갔다.태백산맥이나 남부군,이현상평전등에서 보던 남한 빨치산들의 모습이나 러시아유태인 빨치산들의 생활이나 비슷했다.어려운 빨치산 생활속에서도 유쾌한 오락회가 있었고,남녀간의 사랑이 있었다.사람이 모여 생활하던 집단에서 한창의 청춘사이에서 사랑이 싹트는 건 당연한 일이다.책중간중간에 나오는 성적농담들은 책의 분위기를 밝게 재미있게 이끌어 주었다.

그 끔찍하다는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아 경험담을 책으로 썼고,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이라서 무겁게 생각했는데 이 책은 매우 재미있고 유쾌한 책이다.그리고,빨치산 대장들과 멘델등이 나누는 대화에서는 상당히 공감가는 깊이 있는 사상이나 철학이야기가 담겨있다.

구하려는 책이 없어서 대신 읽은 책이 이렇게나 좋아서 횡재를 한 느낌이다.이 작가의 책을 주욱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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