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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 전10권 세트 - 반양장본 ㅣ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하소설은 쓰기도 힘들겠지만(조정래 선생은 "20년 글감옥"이라 표현했다) 읽는것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다행히 연말휴가가 있어 집중적으로 읽었지만 그래도 한달이 걸렸다.그러고 보면 조정래 선생의 이 위대한 3편의 장편 소설들은 늘 겨울에 읽었던것 같다.그리고,감기로 일주일씩 고생했던 기억도 비슷하다.
조정래 작가는 내가 현존하는 한국소설가중에 제일로 치는 분이다."태백산맥"을 읽고 느꼈던 그 분노와 떨림,"아리랑"을 읽고 느꼈던 일제치하에서의 민중들의 고단한 삶,그래서 김제의 "아리랑문학관"을 찾았고,이번 겨울여행에서도 벌교의 "태백산맥문학관"을 찾았다. 조정래선생만큼 역사인식을 뚜렷이 갖고 한국현대사를 이처럼 잘 묘사한 사람은 없을것이다.거기다가 찰진 전라도 사투리는 소설의 맛을 더해 준다.
"한강"은 1950년대 후반부터 1980년 광주까지 현대사를 다룬다.전남강진을 지역구로 하는 "강기수"라는 친일파 출신의 국회의원부터 그가 세운 "남천장학사"출신들의 검사,변호사들,그리고 "천두만"아저씨를 중심으로 찢어지게 가난했던 민초들의 삶,그중에서도 "유일민,유일표 형제"는 읽는내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아버지가 월북했다는 이유만으로 "연좌제"에 걸려 모든꿈과 희망을 버려야했고,수시로 수사기관에 끌려가 짐승만도 못하게 고문을 받아야 했던 가정사...,아버지의 일이 왜 가족들에게 그리 영향을 미쳐야 하는가? 그리고,일제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하고 좋은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했던 사람이 친일파들이 득실거리는 남한사회가 견딜수 없어 북으로 간것이 그리 잘못된 일인가? 왜 남은 가족이 그렇게 고생해야만 하는가? 안타까운 현대사의 일부분이다.
한강에서는 현대사의 큰 고비, 4.19,5.16,월남전,서독으로의 광부,간호사파견,중동의 건설현장등을 각 인물들의 삶을 통해 잘 묘사하고 있다.거기다가 가진자들의 행태,"고시"합격을 통해 신분상승을 이루고,가진자들로 편입되는 모습,가진자들의 온갖 부정과 반칙으로 세우는 부의 형성과정,4.19세대의 변절.그중에 기억나는것은 "활빈교회"김진홍목사 이야기다.책에서 묘사되던 청년기의 그 정의는 어디가고 지금은 "뉴라이트"라는 해괴한 단체에서,MB정권의 가장 큰 뒷배가 되어 말만 천막교회인 엄청난 규모의 교회를 지어 온갖 행태를 자행하고 있는 그를 보며,왜 그렇게 변하였는지가 궁금할 뿐이다.토대가 약한 사람은 주변환경이 바뀌면 사람의 타고난 본능인 "우익"이 되는 것인가?
많이 변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사회는 여전히 강고하고 사회전반에 친일파,수구보수들의 손아귀에 있다.그나마,황국식민화 교육세대들과 반공이데올로기에 찌들었던 수구꼴통세력들이 세월의 힘에 의해 서서히 물러가고 있고,"386"이라 회자되던 486세대까지는 그나마 진보의 물결이 퍼져가고 있다."친일파 청산"이라는 과제를 제대로 해내지 못함으로 기회주의와 반칙이 횡행했던 한국현대사를 깨어있는 시민의식으로 조금씩 극복해 나가야...
조정래 선생의 건강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