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용 평전 - 극단의 시대, 합리성에 포획된 근대적 인간 한겨레역사인물평전
김윤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좋은책이다."매국노"의 대표적인물이 이완용이다.최근 한미FTA반대 회의에서도 야당의원들이 실무통상관료들을 을사오적에 빗댄 "신묘오적"이라 부르고,통상관료들을 "매국노"라 불리는것에 대해 끔찍히 싫어했다.그만큼 한국사회에서는 "매국노"와 "빨갱이"는 극단의 언어다. 

이책을 읽으면서 급박하게 돌아가던 1800년대 후반과 1900년대 초반의 조선의 정치,사회적문제,특히 조정대신들의 상황을 소상히 알수 있었다.그리고,"매국노"의 대표주자 이완용이 어떤사람이었는가? 극단의 시대에 부조리한 현실에 분노할줄 모르는,그것을 극복하려는 사람들이 호명하는 가치에 호응할줄 모르는 철저한 현실주의와 실용주의적 인생철학은 결국 "매국노"와"친일파"로 자리 매김하는 것이다. 

아마도,평범한 시대였다면 이완용은 수완있는 정치가,합리적인 정치가,나름 청빈한 정치가로 성공적인 삶을 살다가 갔을것이다.하지만,당시 조선은 극단의 시기였다.현실주의와 실용주의를 표방하는것은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던 당시 제국주의 상황에서,"을사보호조약"을 체결하면서도 이완용을 비롯한 지배엘리트들의 생각은 "우리가 부강해지면 빼앗긴 외교권을 되찾을날이 올것이다"라며 실력양성론과 계몽주의에 몰두하였다.당시 시대상황에서는 순진한것이었음에도... 

분노해야할 현실이 없었던 이완용은 현실의 부조리를 극복하고자 하는 그 어떤 사회적 가치의 부름에도 호응할수 없는 인물이었다.노론양반가의 양자로 들어간 이후 고종의 신임을 받아 승승장구했으며,시종일관 왕실에 대한 충성과 기존질서를 유지하고자 하였다. 

당시,국제정세의 흐름으로 본다면 이완용이 아니더라도 그자리에 누가 있었더라도 "매국노"의 역할은 수행되었을것이다.이완용의 입장에서 보면 "매국노"의 대표자가 된것이 억울할수도 있다."전제 군주국"이던 조선에서 모든 의사결정의 최고 책임은 당시 왕이었던 "고종"에게 있었다.그 책임을 신하들이 떠안은것 뿐이다. 대한제국을 팔아넘긴 모든 책임을 이완용에게 떠넘기기해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려했던 당시 지배엘리트들의 비겁함도 "매국노 이완용"에 담겨있다. 

그렇다고 해서,죄가 가벼운것은 아니다.을사보호조약이후 한일합방이후 우리는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해 36년간이나 치욕적인 생활을 견디어야 했고,나중에는 "내선일체"라는 명목으로 창씨개명까지 해서 말과글도 사라지고 완전한 일본이 될뻔했으니까,그리고,만주에서 상해에서 목숨을 걸고 조국의 해방을 위해 싸우다 숨져가신 독립투사들,이회영일가처럼 모든재산을 다 내놓고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독립투사들을 키워내고 풍찬노숙하며 애쓴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생각하면 일제에 협력해 아무런 불편없이 세상을 살다간 그들의 죄는 용서할수 없다. 

더구나,해방이후 남한사회처럼 친일파들을 하나도 청산하지 못하고,그들이 오히려 사회의 중추로 자라난 현실을 본다면,"매국노","친일파"의 명칭은 유효성이 여전히 살아있다. 

작금의 현실에서도,실용주의와 합리성을 가장해 "경제주권"을 팔아먹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그당시 지배엘리트들의 논리와 흡사하다.그러나,그후 어찌되었는가를 보라."보호국 체계 아래에서도 개혁을 이룰수 있으며,이를 통해 일본과 유사한 근대문명국가를 만들수 있다고"생각했던 당시 지배 엘리트들,냉정한 국제정세속에서 얼마나 순진한 생각들이었는지,,,,.그리고,계몽주의,실력양성,개량주의 이따위 것들을 외치던 인간들이 나중에 가서 얼마나 쉽게 변절을 통해 "친일"을 향해 갔는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이책을 읽으며 때로는 이완용에 대한 변호가 지나친것이 아닌가 불편할때도 있었다.평범한 시대였다면 이완용은 합리성을 견지한 교양을 갖춘 정치인으로 기억되었을 것이다.하지만,극단의 시대에는 "합리성"과 "실용주의"가 어떻게 이용되는지 보았다.그리고.이완용에 대해 좀더 알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비슷한 상황에서도 철저한 전략을 세우고 강력한 투쟁과 저항을 이끌수 있는 있는 강단있는 지도자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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