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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 전부터 읽어보고 싶던 책이다. 일제 시대에 만주에서 진행된 항일 무장 독립 투쟁, 그 투쟁을 진행하던 사회주의그룹내의 파쟁 등에 대해 대학 때 몇편의 자료를 읽었던 기억이 있다. 20년도 더 지나서 그 당시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는 느낌이 묘했다. 다시 대학 시절로 뚜벅뚜벅 걸어들어간 듯한 느낌이랄까.
저마다 자기만의 진실을 간직한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은 모두 스스로 순수하다고 생각하고,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여 올바른 길을 선택했다고 자신하며, 용감하게 행동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저마다의 진실. 과연 누가 옳은 것이었을까. 그때 그 시점에서 누구의 선택이 가장 올바른 것이었을까.
아무도 개인의 영달만을 위해 독립투쟁의 길을 선택한 것은 아닌데. 역사의 수레바퀴 아래서 때로 반혁명분자, 종파분자, 분열주의자, 좌익 맹동주의자 등등의 이름표를 달고 죽어간 그들의 죽음에 애도를 표할 수밖에 없다. 내가 그 당시에 살았다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과연 객관적으로 올바른 것이 있기는 한 것일까.
그래도 어떻든. 정희에 대한 주인공의 진심, 주인공에 대한 정희의 진심. 여옥과 주인공의 사랑. 적어도 이것은 진실이 아닐까. 정희가 죽기 전에 남긴 편지에 있던 구절.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당신을 알게 되면서 나는 새로 태어났어요. 그 이전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당신과 나란히 앉아 바라보던 풍경. 반짝이던 강물, 살랑이던 나뭇잎들. 그 순간만이 자신이 바라던 전부였음을 고백했던 그녀. 소녀시절, 악마보다 강해지겠다고 다짐했던 여성 혁명가의 마지막 남긴 말치고는 너무나 감상적인가? 아니. 아니다. 내 생각에도 우리의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런 약하고 작은 인간적 진실이 아닌가 싶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함께 소중히 여기며 그것에 대해 오래오래 이야기하고 바라볼 수 있는 사람. 그때 바라보이는 세상의 아름다움. 이런 것들. 삶을 버티게 해주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