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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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좀 짜증이 남. 서술이 왜 이리 장황한지. 불필요하게 들어간 서술을 빼면 절반 분량으로 줄어들 듯. 발상의 신선함과 트랜디한 주제에 비해 가독성이 떨어지고 지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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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미래 -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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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돌 때문에 조선이 발전하지 못했다? 고대도시와 문명이 건조 기후에서 발전했다? 임대주택을 많이 지으면 국민이 정부의 눈치를 보게 된다? 의아한 내용이 많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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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조엘 디케르 지음, 윤진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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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시작해서 하루 만에 정신없이 읽어치운 소설이다.

다 읽고 난 지금은 왜 읽었나 허무할 따름.

오래동안 소설을 읽지 않다가 최근에 소설을 조금씩 다시 읽게 되었는데 이 책 덕분에 다시 소설을 읽지 않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이야기 전개와 반전, 등장인물은 놀랄 만큼 영화적이다.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영화.

그래서 중간에 놓치 못하고 끝까지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어쨌다는 것인지...

요즘 소설의 트렌드를 따라가고 공감하기에는 내가 너무 늙어버린 것일까. 책 날개에는 온통 이 책에 대한 찬사 일색인데. 나는 그 찬사가 많이 과장되어 있는 것 같았다.

주목할 만한 통찰이 없는 건 아니었다. 주인공 마커스가 정작 어려운 인생의 문제와 대면하려 하지 않고 이길 수 있는 게임만 하면서 인생을 회피하고 있다는 해리의 지적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권투를 하고 달리기를 하고 소설 창작에 몰입하는 마커스의 인생 역전도 좋았다. 현대 출판 시장의 교묘하고 비도덕적인 마케팅 실체를 파헤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에는 별로 감흥이 없었다.

놀라는 남성 작가들의 판타지가 아닐까. 어리고 아름답고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어떤 어려움도 감수하는 순수한 영혼이자 영감을 주는 여신. 그녀의 불행과 죽음은 그녀의 순수한 사랑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였을까. 작가는 인생에 대한 어떤 진실과 통찰을 알려주기 위해 놀라를 그런 불행과 비극 속으로 밀어넣어야 했을까.

이를테면 안나 카레니나에서 안나의 죽음은 소설 전개를 위해서나 작가가 제시하고자 하는 주제의 전달을 위해서나 창조된 등장 인물의 실감나는 생생함을 위해서나 꼭 필요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놀라의 불행과 죽음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나쁘게 말하면 선정적 흥미와 반전을 위한 것이고 스토리 전개를 위한 작위적인 것이라는 의혹을 지우기 어려웠다.

이 소설의 작가는 헐리우드 시나리오 작가를 하면 딱 어울릴 것 같다.

역시 최근 소설을 읽고 공감하고 감동받기에는 나는 너무 늙었나보다.

아니면 이제는 누구도 감동을 위해 소설을 읽거나 창작하지는 않는 걸까.

새해 첫 책 씁쓸했다. 당분간 소설은, 특히 최근의 소설은 다시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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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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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읽어보고 싶던 책이다. 일제 시대에 만주에서 진행된 항일 무장 독립 투쟁, 그 투쟁을 진행하던 사회주의그룹내의 파쟁 등에 대해 대학 때 몇편의 자료를 읽었던 기억이 있다. 20년도 더 지나서 그 당시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는 느낌이 묘했다. 다시 대학 시절로 뚜벅뚜벅 걸어들어간 듯한 느낌이랄까.

저마다 자기만의 진실을 간직한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은 모두 스스로 순수하다고 생각하고,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여 올바른 길을 선택했다고 자신하며, 용감하게 행동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저마다의 진실. 과연 누가 옳은 것이었을까. 그때 그 시점에서 누구의 선택이 가장 올바른 것이었을까.

아무도 개인의 영달만을 위해 독립투쟁의 길을 선택한 것은 아닌데. 역사의 수레바퀴 아래서 때로 반혁명분자, 종파분자, 분열주의자, 좌익 맹동주의자 등등의 이름표를 달고 죽어간 그들의 죽음에 애도를 표할 수밖에 없다. 내가 그 당시에 살았다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과연 객관적으로 올바른 것이 있기는 한 것일까.

그래도 어떻든. 정희에 대한 주인공의 진심, 주인공에 대한 정희의 진심. 여옥과 주인공의 사랑. 적어도 이것은 진실이 아닐까. 정희가 죽기 전에 남긴 편지에 있던 구절.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당신을 알게 되면서 나는 새로 태어났어요. 그 이전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당신과 나란히 앉아 바라보던 풍경. 반짝이던 강물, 살랑이던 나뭇잎들. 그 순간만이 자신이 바라던 전부였음을 고백했던 그녀. 소녀시절, 악마보다 강해지겠다고 다짐했던 여성 혁명가의 마지막 남긴 말치고는 너무나 감상적인가? 아니. 아니다. 내 생각에도 우리의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런 약하고 작은 인간적 진실이 아닌가 싶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함께 소중히 여기며 그것에 대해 오래오래 이야기하고 바라볼 수 있는 사람. 그때 바라보이는 세상의 아름다움. 이런 것들. 삶을 버티게 해주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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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 2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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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김영하의 '검은 꽃'을 읽었었다. 매우 인상적인 책이었는데, 오래 잊고 있었다.

구한말의 혼란기에 일본의 지배 하에 사느니 새로운 곳으로 가서 다시 시작하자는 의도로 가솔을 이끌고 멕시코로 이민을 떠난 양반 가문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난다. 인상적인 것은 그 양반가의 조신한 딸이 배 안에서 또래의 평민 남자를 만나 격정적으로 사랑을 나누던 장면이다. 양반, 상놈이 사라진 멕시코 땅에서 권위를 잃고 추락해가던 양반의 모습, 오래 가져왔던 가치관을 버리고 새로운 가치관과 삶의 방식으로 갈아타던 사람들의 모습, 심지어 혁명운동에 가담하기까지하는 모습 등등. 기발한 상상력과 막힘없는 이야기 구조, 잘 읽히는 문체가 인상적이었다. 어떤 평자는 김영하의 소설에는 역사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던 것 같다. 격변기, 민족의 운명이 갈라지는 시대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구체적인 역사가 보이지 않고, 역사는 단지 배경으로만 존재할 뿐이라는 지적, 어느 정도는 공감했던 것 같다.

 

요 며칠 사이에 읽은 김영하의 소설들. 우선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에 실려있는 단편들. 내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소설은 '사진관 살인사건'이다. 쓸쓸한 유부녀와 그녀를 사랑하게 된 사진작가. 돌연한 유부녀 남편의 죽음. 용의선상에 오른 두 사람이 형사에게 털어놓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전혀 딴판이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결국 살인자는 엉뚱한 다른 사람이었고, 두 남녀는 서로 사랑했던 사이인 것으로 밝혀진다. 형사 앞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헤프고 이상한 여자라서 자신을 유혹하려 했지만, 자신은 끄떡도 안 했다고 이야기하는 남자. 진실이 밝혀진 후 사진관에 찾아가서 우는 여자를 감싸안는 남자. 뭐랄까. 현실의 강퍅함 속에서 모처럼 찾아온 사랑의 진실마저 감춰야 하고 사랑의 씨앗은 결국 얼어 죽을 수도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 느낌. 남자보다 여자가 더 진실에 가까운 말을 했다는 것, 남자가 혹여 자신의 남편을 죽였을까 두려워했다는 것, 남자가 범인이 아님을 알고 안도하는 여자의 모습... 외로워보이는 그 여자에게 마음이 쏠렸다. 물론 표제적도 마음에 들었다. 우리의 일상 속에 가득한 이토록 철저한 무관심, 개인주의를 이렇게 재치있게 드러내놓다니. 그 반짝이는 재능이 놀라웠다.

 

다음으로 퀴즈쇼. 그의 빛나는 단편보다 맥이 빠진 느낌이랄까. 오히려 예전에 읽었던 검은꽃보다 인상이 희미하다. 일종의 연애소설이고 성장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 소설인데. 연애담은 너무나 모범적이어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성장담은 너무 서둘러 끝을 맺은 것 같은 느낌. 현실 속에서 방황하고 고뇌하는 20대의 모습이라기보다는, 그냥 소설 속의 남녀로구나 하는 비현실성이 더 크게 와 닿는다. 주인공이 경험하는 '회사'의 모습은 현실의 은유로서 주인공의 정신적 성숙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로 설득력이 더 느껴져야 할 텐데. 말 그래도 텔레비전의 퀴즈쇼를 관람하듯, 그 절박함이 잘 와닿지 않았다.

 

풍부한 상상력과 재미있는 이야기, 유려한 문체,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풍부한 문화적 상식. 이런 것들이 김영하의 매력인 것 같다. 역사와 현실을 다룬다고 하지만 어딘지 살짝 발을 빼고 있는 듯한 느낌? 생생한 땀냄새와 살냄새가 느껴지지 않는 포장된 세련됨? 이런 것들은 김영하를 좋아하는 작가로 말하기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우울하던 요 며칠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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