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이 인도차이나 - 어느 글쟁이의 생계형 배낭여행
정숙영 지음 / 부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빌브라이슨의 여행기를 좋아한다. 그 가벼움이 좋다. 나는 빌브라이슨과  맥주를 마시면서 말장난을 하고 싶다. 그가 내게 여기맥주는 지나가던 오소리가 오줌싼맛같군요. 라고 말을 걸면 그러게요 땅콩은 그 오소리가 음,,,,, ...여기 맥주 500추가요... 빌브라이슨은 더이상 실용서밖에 읽지 않게된 나에게 글읽는 즐거움을 상기시켜주는 작가다. 그의 글은 정보가 가득하지는 않지만 읽는동안의 순수한 즐거움이 있다. 이것이 직접 여행을 가는것보다 여행기를 읽는 이유이다.   

빌과 정숙영은 비슷한점이 많다. 그들의 책은 순수하게 글을 읽는 즐거움을 준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내가가본 장소 또는 안가본장소에 대해서 다른사람의 이야기를 듣는건 유쾌하다. 물론 그 사람이 유머감각이 있고, 코드가 잘맞는 친구일경우 더욱 그렇다.  그들의 여행방식도 비슷하다. 대책이 없다는점이 우선 비슷하고, 주요유적지에 집착하지 않는 모습이라던지, 비교적 감정적으로 다음 행선지를 결정한다던지, 뭘 본얘기보다는 먹고 논 얘기가 중심이라던지 물론 거기에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내는  글솜씨가 있지만 가장 비슷한것은 아무래도,,,,,,, 외모?  

정숙영의 책은 처음 여행을 가면서 느끼는 설렘과 삽질, 잘못된 선택으로 겪는 모험과 희망, 그곳에서 만난 현지인들과의 깨알같은 만남들이 솔직하게 그려지면서 즐겁고 유쾌하다.  특히 정숙영의 글은 따뜻함이 있다.  빌이 지나치게 비꼬면서 애정을 표현하는데 비해 정숙영은 그 애정을 순수하게 표현한다. 여행지와 현지인들과 자기자신에 대한 애정을 순수하지만 오글거리지 않게 표현하는것이 그녀의 또다른 장점이다.  

그러나 정숙영의 여행기는 현실적이라는점에서 다른 여행기들과 분명 다르다. 사실 많은 여행은 어느정도의 현실도피적인 성격을 띈다.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동떨어져 나자신을 객관화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그런 여행기들은 무슨 도인이라도 된것처럼 관조적으로 여행지를 바라보면서 여행지를 타자화한다. 그런 여행에서 돌아오면 뭔가 바뀔것 같지만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더라.  그러나 정숙영의 여행기는 온전히 생활이 묻어난다. 여행은 가고싶지만 돈이 없어서 못가는 마음이나 비행기표 55만원에 혹하는모습, 기부를  하려고 마음먹으면서 세금환급을 문의하거나 오지로 여행을 다닌것같지만 도시에서는 된장녀놀이를 하는 모습등은 여행이 끝나도 삶은 계속된다는 또는 여행은 결국 삶의 일부일뿐이라는 깨달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의 첫 여행기 노플랜사차원배낭여은  초보여행자가 누구나 할만한 실수를 까발리고 희화화하면서 웃음을 주었다. 사바이 인도차이나에서는 그보다 약간 익숙해진 여행가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계속해서 유쾌하고 즐거운 모습이다. 거기에 덧붙여 조금은 성장한 시선까지도 이돈주고 영화한편 보는것보다는 분명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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