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잡상인 - 2009 제3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우승미 지음 / 민음사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세상을 얼마 만큼 살아야 우리는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일까?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서야 진짜 삶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인생이란 넘 매정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그런 의미없는 시스템속에 우리를 가둬놓고 사육하는 것은 다름아닌 우리다.
 '날아라 잡상인'을 처음 폈쳤을 땐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하찮은 삼류인생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 삶 - 삶이라 부르기에도 아까운 -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하철에서 물건
을 파는 잡상인 주제에 전문성을 따지기도 하며 스킬을 논하기도 하는 , 정말 막말
로 하찮은 이야기 였다. 저자 역시 문학작품에서 의당 갖추어야할 예의바른 문장이나
말투는 전혀 쓰지 않았다. 영화라고 하기도 뭐하고, 그냥 그저 그런 드라마 한편
감상한 느낌정도? 그게 전부일거라 생각했다. 그냥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먹으며 심심
하니깐 삼류인생의 인생도 궁금하고 해서 읽어주는(?) 느낌으로 이 책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지하철 잡상인이 되어 칫솔이나 파는 하찮은 철이를 만나다 보면, 귀먹어리에
벙어리이고 아버지도 없는 아이를 임신한 수지를 만나다 보면,볼수도 들을수도 말할
수도 없는 효철이를 보다보면, 지런 효철이를 사랑하는 지효를 보다보면 우리는 그
들은 사랑도 없는 암혹속에서 삶을 비관한 채로 절망속에서 살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절망속에서 허덕이며 사는 것은 우리다. 그들은 참으로 행복해 보인다. 우리들이 생각
하기에 그들은 가진게 너무 없다. 반듯한 직장도 가족도 부모도 없다. 그런데 그들이
진정 행복해 보이는것은 그들은 우리들이 스스로를 가두기 위해 만들어 놓은 현대사회
의 시스템속에 있지 않다. 그들은 그들만의 삶이 있다. 능력없는것 빼고는 너무나 멀
쩡한 철이가 수지를 사랑하면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말도 못하고 들을 수도 없고 더군다나 자신의 아이도 아닌 아이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 함께 할려고 마음 먹는다는 것을..이것이 바로 그들과 우리가 다른
점이다. 그들은 행복을 찾아 살아간다.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고 그녀와 함께 할 수
있으며 예쁜 아기까지 생길것이다. 그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말도 못하는 ,더군다나 벙어리에 ,임신까지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것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우리는 이렇듯 우리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아래서 손익
계산을 하고 따지고 상대와 비교함으로 해서 우리를 진정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것이다.
수지와 철이가 절대적인 개념의 삶을 살고 있다라면 우리는 항상 상대적인 개념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결코 진정으로 행복할 수 없는것이 아닐까? 철이의 사부인
지하철 세계의 산 역사인 미스터 리의 삶이 그것을 말해준다. 고급세단을 타고 다니며
빌딩까지 소유하고 있는 노인 미스터 리는 지하철에서 라이트를 판다. 아니 빛을 판다.
그에겐 가진게 아무것도 없음을 그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코 물질적인 풍요는 곧
공험함 뿐이라는걸 그 노인은 알고 있는 것이다.
  참 짧은 소견으로, 허망한 삶을 살고 있는 주제야 그들을 무시했다. 그 소설의 저자
를 얇게 봤다. 그게 나의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어렵고 고급스런 단어만이 진실에 가깝
고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걸 저자는 말하고 있다. 많은 부를 쌓아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걸 소설속의 그네들은 말하고 있다. 참 가습따뜻한 이야기다. 특별한 주인공
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스릴이 넘츠는 상황전개가 있는 것도 아닌데 계속 빨려들 듯
읽혀지는 것은 인간 본연에 대한 우리들의 몸의 세포들이 먼저 이책에 끌린것은 아닐까
오랜만에 참으로 가슴 따듯하고 포근한 소설을 읽는다. 햇살을 이불삼아도 기쁠것 같다
는 느낌이 처음으로 들었다. 얼마나 세상은 아름다운가.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멀쩡한
몸뚱아리가 있으며 따뜻한 햇살이 있고 한반도의 청명한 가을이 있다. 이중에서 어느
하나 없다고 한들 뭐가 그리 슬프고 실망스러워 해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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