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프란츠 카프카 지음, 곽복록 옮김 / 신원문화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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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 그레고르는 잠자는 자신이 어느새 거대한 벌레로 변해 침대
위에 있는 것을 깨달았다'로 시작하는 <변신>은 그 시작만큼이나 결론 또한
우리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쪽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거대한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가 자신의 이해할 수 없는 신체에 대한 좌절을
느낄 새도 없이 출근을 해야 한다고 발버둥 치는 대목이다.
  그레고르는 왜 이상하게 변해버린 자신의 몸을 걱정하기 보다는 출근시간을
지키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컸던 것일까? 그에게는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다. 몇년전 사업이 망해서 집에 계시는 아버지, 몸이 불편한 어머니 그리고
음대를 가고싶어하는 철부지 여동생이 있다. 어쩌면 그가 벌레로 변한 자신을
위로하고 자신의 인생을 살펴볼 겨를도 없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고
상황을 몰고간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은 가족에 대한
아주 일차원적이고 실질적인 애정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점은 가족은 그에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가족간의 맹목적인 사랑이든, 이성간의 자기중심적인
사랑이든 우리 인간은 철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사랑은 같이 하면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현실의 무거운
짐을 버리고 싶어서 더 편한 직장을 구할 수 도 있는 그레고르가 왜 그렇게
결단을 내리지 못했겠는가?  인간은 자신만의 허용과 한계의 수치가 가지고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러한 수치는 정확한 커트라인이 있는것도
아니고 우리가 인식할 수도 없지만 말이다.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다음 가족
들의 태도는 -어쩌면 우린 이렇게 쉽게 말하는지도 모른다. 그레고르가 하반신
마비가 되었든, 식물인간이 되었든 최소한의 인간의 모습만이라도 간직하고
있었더라면 그런 극단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지만 - 실로 충격적
이였다. 아들의 이상한 변신에 충격을 받지만 한달이 흐른뒤에도 직접 보기를
거부한 어머니, 그에게 일격을 가한 아버지의 행동이 너무나 이질적이였으며
-상황자체가 이질적이였기에 그랬을 지도 모르나 - 여동생만이 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듯하였다. 하지만 상황이 계속 전개되면서 여동생의 행동이 그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노력하는 모습이라고 느꼈던 것은 그레고르의 바램이
그렇게 보였을 뿐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시대 상황으로 보아 여동생의
나이면 학교가 아니라 일을 할 수 도 있었을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경제적상황으로는 이룰 수 없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으며 그의 아버지 또한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만 있다는 점에서
일차적인 이기주의적인 행동양식을 보인게 아닌가한다. 그러다 자식이 벌레가
되니 일을 하게 되고, 이제는 자기와 아내 그리고 딸이 일을 갖게 되니 아들이
꼭 벌레에서 인간으로 되돌아 오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그러한 희망이
그레고르를 외면하게 하는데..
  이처럼 우리 인간은 상황이 좋을 때는 느끼지 못할 자신의 잔임함을 극한
상황에서는 그것을 합리화 하고자 하는것 같다. 그레고르의 가족들은 처음에는
벌레를 아들로 믿고 최소한의 희생을 보여주지만 각자가 '허용'할 수 있는
희생의 수치에 도달하고 결국 '한계'의 종을 울리자 마자 그를 버리고자 하지
않는가? 혈연으로 맺어진 맹목적인 사랑을 하는 가족간에도 우리는 '허용의
수치'와 '한계의 수치'를 가지고 있고 결국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족이라는
틀을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은 체험으로서만 알 수 있는 것이기에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가족을 잔인하다고 매도할 수 도 있으나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누구나 그렇게 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레고르가 죽은 뒤에
어떤 감옥에서 해방된 듯 야유회를 떠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때문에 사는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음에 가슴이
아프다. 수십년이 흐른뒤에도 카프카의 <변신>이 우리에게 읽혀 지는것은
세상이 고도화 문명으로 발전하고 인간의 수명이 길어졌고 더욱더 이성적으로
변했다고는 하나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항상 그자리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다시한번 <변신>을 만날 수 있게 해준것에 대해 감사한다. 우리 항상
이문제를 외면한 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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