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한걸음 천천히 오는 것
안국훈 지음 / 문화의힘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소설을 읽는 순간만큼은 그 작가의 인생을 대신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허나 시는 작가의 사랑하는 사람이나 그 자신과 내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착각에 빠질때가 많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보는 현실의 이면에 있는
또다른 실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그런 류의 일련의
과정들은 타인과의 단절된 삶을 이어주는 소통의 끈처럼 보이기도 하고 우리가
삶을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인간본연의 선함을 나타내 주는 잔영같기도
하다.
 내가 안국훈 시인의 '사랑은 한 걸음 천, 천, 히, 오는 것'을 읽게 된 동기는
그가 이 시집을 썼던 이유와 내 삶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가 같다는
사실에서 이다. 문학이나 시와는 거리가 먼 특수분야인 원자력 관련일을 하고
있는 그가 시를 쓰는 이유가 서정성을 잃지 않기 위함이라고 했다. 너무나
공감이 가는 사실이다. 나 또한 기계분야의 일을 하고있다. 싸늘한 기계의
냉기를 하루종일 느끼고 있노라면 우리 인간 본연의 서정성 같은 성질은 언제
있었기나 하느냐는듯 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다. 기계를 보고, 다루고
만지는 것은 쇠를 담금질 하고 뜨임하고를 반복해야 쇠의 강도와 인성이
증가되듯이 사람들을 더욱 현실세계에 무딘 사람으로 변화시킨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그리고는 우리는 결국 주위의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하지.
좀 더 현실적인 시야를 가지라고 ! 넌 너무 감상적이고라고! 그래서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겠느냐구! 그런것들로 부터 도피를 하듯, 아니 답을 찾듯
그의 시 구석구석에서 그런의미들을 찾을 수 있다
'꽃님인가 별님인가
눈부신 인연으로 이어집니다.' 이 구절에서 보듯이 삭막해져 가는 인간세상에서
물들지 않고 자연으로 남기위해서는 자연의 산물인 꽃을 통해서라도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저자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시집 전체가 사랑과 소통등의
소재를 사용하였으나 그 사랑은 분명 한 인간에 대한 사랑만이 아닌 자연에
대한 사랑, 사람과의 사랑, 그리고 자신과의 사랑을 통해 잿빛하늘로 변해버린
지구에서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저자의 자조적인 반성은 곧 우리의 반성인지도 모르겟다. '그대의 나무가
되고 싶다'에서 '정작 나는 그대에게 나무가 되어주지 못했구나'라고 하였다.
우리는 타인의 큰 바다에서 헤엄을 치고 자유롭게 비상하고자 하지만 정작
자신이 타인을 위해 큰 바다가 되려고 노력은 왜 안하는지를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였을까? 삶이란 먼 곳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숨쉬고
있는 이 자리에서 부터 시작되리라. 요즘처럼 삭막한 시대에 참 가슴 따뜻하고
설레이게 하는 시집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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