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하고 따듯한 그 마음, 빵과 책을 굽는 마음.
작가님의 전작인 #여름의빌라 는 영어 한마디 제대로 못하면서 유럽에 빠져서 떠났던 어린 날의 기억들이 떠올라 책을 놓은 후에도 기분이 뭉근해졌었는데 이번엔 밥보다 더 친한 빵과 책이었다. (너무 좋자나!!!)

사실 책 속에 등장한 30편이 넘는 책들 중 내가 본 건 단 3편이었다. (좁은문, 사랑의 역사, 스토너) 미미한 수준의 독서력에 대한 반성과 그만큼 더 읽을 책이 많다는 것의 기대감이 공존하면서 조근조근 말하듯이 쓴 글들에 흠뻑 빠졌다.

언급해준 책 중에 켄 리우의 #종이동물원 이 기억에 남는다. 줄거리는 대략 - 미국인 아빠 중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잭의 보물은 종이호랑이였다. 엄마는 포장지를 버리지 않고 접어서 호랑이부터 염소 등 다양한 동물들을 접어준다. 어린 시절엔 종이호랑이를 애지중지했지만, 커가면서 혼혈아라는 사실도, 영어를 제대로 못하는 엄마도 창피해서 멀리하는 잭. 엄마가 죽은 후 어느날, 포장지의 뒷면에 적힌 편지를 발견한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구... ㅠ ㅠ)

📖 흔히들 사랑은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종이 동물원’을 읽으며 어쩌면 켄 리유는 표현하는 행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사랑에 가닿을 수 있다면 그것은 알맞은 때에,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방식의 표현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는 거라고. 이토록이나 슬프고도 아름다운 방식으로 말이다. (162p)

담아두고 싶은 좋은 문장들이 가득하다. 책장을 넘기며, 작가님이 소개해준 빵들을 먹으며, 커피도 한모금 머금으며, 긴긴 겨울날들동안 겨울잠 자듯이 집에 머물러야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왁자지껄이 아닌 고요한 연말.
작가님의 말처럼 오직 마음🙏

📖 새해에 당신과 내가 들여다보았으면 하는 것은 오직 마음. 빈집처럼 쓸쓸하지만 마시멜로처럼 달콤하고, 쿠키 조각처럼 바삭거리며 쉽게 무서지거나 구멍 뚫린 양말처럼 초라하다가도, 털실 뭉치랑 닮은 강아지의 엉덩이처럼 둥글고 따뜻해지는 마음, 마음, 마음들. (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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