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별 - 2000년도 제24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이인화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작가 소개

이인화는 1966년 대구 출생이다. 그는 이효석 연구의 권위자로 알려진 경북대학교 유기룡 교수의 아들 유철균이다. 서울대 및 동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한 그는 이미 고교 시절 '계단문학동인회'라는 동아리 활동으로 문학의 외곽을 다졌으며, 20세를 전후하여 문학 청년으로서의 치열한 습작 시절을 보냈다.

1988년 '문학과 사회'에 '유황불의 경험과 리얼리즘의 깊이(양귀자론)'라는 평론을 발표하여 등단했으며, 1992년 그는 이인화라는 필명으로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소설을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변신한다. 포스트모더니즘에 속하는 이 소설은 제목에서부터 작가의 이름, 그리고 문장 하나하나까지가 이미 씌어진 다른 작품들의 혼성모방으로 이루어져 표절 시비까지 불러일으킨 바 있다. 장편소설로 <영원한 제국>, <인간의 길>, <초원의 향기>, 평론으로 「한국 문학의 근대성과 유토피아」,「한국 근대 문학 일반 이론 서설」역서로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 등이 있다. 현재 이화여대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 작품 소개

'시인의 별', 주석의 형식을 빈 이 작품에는 '채련기(採蓮記) 주석 일곱 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주석1에는 안 현이라는 시인을 소개하고, 주석2에서는 안 서기를 소개한 후, 정확한 근거 없이 단순한 상상력만으로 두 인물을 하나로 연결한 것이다.

작가는 1993년에 발표된 작품 <영원한 제국>에서 종래의 역사 소설이 가지는 사담(史談)적 한계를 극복하여 이야기꾼의 자율성과 구성력으로 가장 새로운 형태의 현대적 플롯에 담겨진 역사 소설을 의도했다고 했는데, 이 작품도 당대의 감각으로 재현된 일종의 현대적 전사(前史)로서의 역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주석3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이 작품은 액자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작품의 줄거리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박연폭포로 유명한 천마산 밑에 추밀원 부사 벼슬을 지낸 박씨 노인이 딸이 원나라에 공녀(貢女)로 끌려갈 것을 두려워하여 시를 좋아하는 안 현이라는 사람을 데릴사위로 맞게 되었다. 친구들의 출세를 보고 마음을 끓이던 안 현은 처가마저 가세가 기울자, 결국 자존심을 버리고 서해 대청도로 나가 일개 수역(水驛)의 역참 관리가 된다. 이곳에서 이아치라는 황자(皇子)가 유배 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안 현은 이아치에게 처를 빼앗기게 되고 압록강을 건너 황야를 헤매면서 들쥐까지 잡아먹는 고통을 겪게 된다.

천신만고 끝에 아내를 다시 만나게 되었으나 이미 그녀는 지다이라는 영주의 아내 아수친이 되어 있었다. 그녀의 도움으로 둔영에서 서기 일을 하게 된 안 현은 1년 뒤 지다이가 죽고 난 후, 그녀에게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제의하나 그녀는 한 번 끊어진 인연은 다시 잇기 어렵다고 거절한다. 현재의 입장에 충실하겠다는 그녀의 말대로 아수친의 아들 우량카이의 성인식이 치러지고 다시 영지를 얻을 수 있다는 일족들의 기대 때문에 잔치가 벌어진다.

잔치술에 취한 안 현은 악몽을 꾸게 되고 잠에서 깨어나면 아수친을 살해한다. 그는 감옥에서 이 채련기를 남기고 황야에 산 채로 매장된다.

3. 책을 놓으면서

주석4 이아치 대목에서 안 현이 처를 빼앗기는 양상이 백제 개루왕 때, 도미 이야기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성이 잘되어 단순한 설화라기 보다는 하나의 문학 작품으로 볼 수 있는 이 도미 설화의 역점은 역시 도미 처의 정절에 주어져 있다. 이에 비해 작가는 몽골에 귀화한 고려 출신의 불쌍한 치정범의 이야기에 불과한 채련기를,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채련기의 주석을 상상의 원본에 대한 상상적인 주석 작업을 한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