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게서는 얘기거리가 가득하다. 그러나 애깃거리 가득하다 해도 그걸 맛깔난 문장으로 표현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개성을 지니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균형감을 지니면서도 자기중심이 분명한 개성을 지니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나비 자토이치 기쿠지로의 여름 아마도 영화를 좀 본다는 사람이면 셋 중 거의 셋을 다 보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를 그리 많이 본 축에 끼지 않은 나도 셋을 다 봤으니까. 보지 않았더라도 세 영화의 이름 만큼은 들어봤을 것이다. 꽤 유명한 일본 영화이고,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이다. 이 양반은 메이지대학 공학부를 다니다, 갑자기 학교를 때려치운다. (뭔 일을 해낸 사람은 다 이렇다. 인생 논리적이지 않고, 좌충우돌 그렇게 살아야 한다. 뭘 하려면. 그러나 평범하게 사는 것도 나쁜 거 아니니, 갑자기 때려쳐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 없다. 사실 대부분은 그저 그렇게 살고 그저 그렇게 사는 게 평화의 첩경이다. 뭐 많이 하려고 특이한 것 하려다 경쟁하고 갈등하고 투쟁하고 분쟁하기 마련이다.) 연극과 예술의 거리 아사쿠사에 무작정 가서 닥치는 대로 하면서 만담가로 대성한다. 만담가, 코미디언, 배우, 사회자 등으로 명성을 날리다, 스캔들도 일으키고 죽을뻔한 교통사고도 나고...... 영화감독이 된다. 무난하고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사람이, 돌변해서 곡절을 겪으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자신의 독특한 예술세계까지 구축하기까지 참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법도 한데, 오히려 낙관, 개성, 유머로 그 많은 어려움을 즐거움으로 만들어낸다. [생각노트]는 그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을 글로 정리한 것이다. 죽음, 교육, 우정, 예절, 영화. 이 다섯 주제를 다루면서 특유의 낙관과 독설이 단순치가 않다. 깊고 정교한 논리로 이어진다기보다는 삶에 대한 깊은 애정과 긍정,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기 때문에, 때로 튀는 주장과 논리도 '개성'이 되어 오히려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영화도 재밌지만, 책이 더 재밌다. 문장도 좋고 번역도 아주 잘 했다. 술술 재밌게 읽힌다. 나타와 무기력에 젖어있는 인간형들이 읽고 좀 박지성처럼 뛰어다니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