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쓰하라 야쓰미 옮긴이: 권영주 펴낸곳: 비채 가격: 10,000원 쓰하라 야쓰미의 <아시야 가의 전설>은 원제는 <아시야 가의 붕괴>로서 포의 유명한 <어셔가의 몰락>에서 따온 것이다. The Fall of the House of Usher의 Fall이 우리나라에선 몰락으로 번역되었지만 일본에서는 붕괴로 번역되었기 때문에 다소 차이는 있다. 소설은 주인공과 그의 지인이 겪는 이상한 일들을 각각의 에피소드로 나누어 싣고 있다. 주인공 사루와타리는 나이 서른이 넘었으되 일정한 직업도 없는 변변찮게 살고 있는 사람이며 또 한 명의 등장인물인 '백작'이란 자는 실제 백작은 아니고 괴기소설가로서 드라큐라 백작같은 온통 검음 옷차림에서 따온 백작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남자다. 이 둘은 우연히 두부 애호가란 이유로 맛있는 두부를 찾아 같이 여행하게 된 것을 계기로 친해져서 이곳 저곳을 같이 다니며 괴기스런 사건들을 겪게 된다. 에피소드 위주에다 300페이지가 되지 않는 두께이므로 쉽게 읽힌다. 기묘한 에피소드들은 때로는 불명확한 결말을 맺고 있기도 하고 섬뜩한 결말로써 끝나기도 한다. 고양이등을 한 여자와 얽히면서 일어난 섬뜩한 이야기, 먹기에 사뭇 무시무시하게 생긴 기묘한 모양의 게와 관련된 죽음, 쥐와 의문의 여자아이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제목이 된 아시야가와 얽히면서 일어나는 사건 등을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 새 시간이 잘도 흘러 있다. 소설에는 특유의 분위기가 살아 있어서 좋았다. 이야기 자체는 기묘하지만 사루와타리와 백작 콤비는 음침하다기보다는 맛있는 걸 찾아 유유자적하는 등 꽤나 느긋한 구석이 있어서 소설은 마냥 음침하지만은 않고 오히려 오싹한 가운데서도 묘하게 유쾌한 느낌까지 준다. 이런 장르의 소설을 한 번도 접해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도 권할 수 있을 만큼 적당히 어둡고 적당히 재미있다. < 이렇게 고양이처럼 굽은 등이 고양이 등>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로는 '고양이 등 여자'를 꼽겠다. 남성에게 여성이란 존재는 매력적인 욕망의 대상이지만 한 편으로는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기도 하다. 어딘가 섬찟한 느낌을 주는 여자가 왠지 적극적으로 다가올 때에 느껴지는 공포와 불안, 혐오감이 잘 나타나 있다. 사루와타리가 혼자 사는 집의 화장실 배수구에서 여자의 길고 검은 머리카락을 찾는 장면이나 사용하지 않은 칫솔이 말라 있지 않고 젖어 있는 것을 발견하는 부분은 그야말로 오싹하다. 섬뜩한 결말도 인상적. 추신: 책 분위기와도 맞지 않는 로맨스 소설같은 표지그림은 도대체 누구 아이디어??? *한줄 평: 핸디한 사이즈의 산뜻한 괴담집. 제법 읽을 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