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쩌다 히키코모리, 얼떨결에 10년 - 만렙 집돌이의 방구석 탈출기
김재주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9월
평점 :
나름 스스로 집순이라고 생각했는데 아기를 출산하고 육아를 하느라 몇주간 집에서 나오지를 못했다
산후조리고 육아고 뭐고 답답해서 죽을것만 같아서 신랑한테 아기를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 나오니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다
그저 소소하게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헌책방에 가서 책을 읽고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것 뿐인데도 그 해방감이 좋아서 약속이 없더라도 일주일에 한번은 무조건 외출하기로 했다

그래서인지 책 제목을 보고 호기심이 일었다
몇주 집에만 있어도 답답해서 죽을 지경인데 십년을 집에만 쳐박혀 있으면 지겹지 않을까?
십년간 집에 있으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버틴걸까?
라는 호기심으로 읽게 된 책
어쩌다 히키코모리 얼떨결에 10년
막상 책이 도착하자 걱정이 되었다
너무 우울한 내용만 적혀있으면 어쩌지?
하지만 책을 펼치면서 내 걱정은 기우였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작가의 진솔한 내용의 꽤 유쾌하기까지 한 내용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내용은 어머니에 대한 내용이었다.
경제생활을 못한지 몇년
엄마는 아들을 향해 화한번 낸적이 없고 오히려 아들이 기죽을까봐 난 우리아들 믿는다며 용기를 복돋운다고...
저자도 몇년전부터는 눈치가 보여 집안일도 곧잘한다고 하는데 빨래를 하며 헤진 엄마의 속옷이 눈에 밟힌다는 내용 이었다
그리고 책이 출판돼 아주 작은돈이라도 벌수 있게 된다면 가장 먼저 어머니의 속옷을 사드릴거라는 내용이다
친구와 십덕후와 히키코모리의 차이에 대해서 얘기하는 장면도 나온다
십덕후나 히키코모리나 둘다 방안에서 거의 안나오고 게임만하고 만화만 보니 똑같은게 아니냐는 친구의 말에
저자는 다르다며 십덕후는 자신이 즐거워하고 재밌어 하는걸 하고 히키코모리는 딱히 좋아하는 것도 없고 뭔가를 하면서 행복해하지 않는다고 설명해준다
에필로그에 히키코모리와 백수는 슬픈존재다
그들은 늘 자신의 무능함을 질책하고 세상에 도움이 안 되는 자신을 계속해서 가둔다
이런 사람들을 병적인 존재, 범죄자 취급까지 하는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았으면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나도 오랜 백수기간동안 그런식으로 고민하고 스스로 무능함을 질책하고 자신을 계속 집안에 가두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슴에 와닿는 구절이었다
하지만 결국 공부를 하고 이력서를 백통 가까이 쓴 결과 사회로 나올수 있었지만 말이다
오랜 시간 백수로 놀았던 탓에 사회생활에 적응하기란 녹록치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집에만 쳐박혀 있을 수는 없었다
저자도 처음부터 히키코모리는 아니었다고 한다
나와 같은 방황의 기간을 거쳤다
화학회사에 취직해서 총무과 관리부 일을 하기도 하고 영업일을 하기도 하고 고모네 미용실,아버지 가게일 도와주기, 중국 광저우에서의 회사 생활을 거쳤지만 결국 어디서도 적응하지 못했다
어쩌다보니 편하고 안전한 장소인 방에 들어가게 되었고 이 생활을 즐겼다
그렇게 히키코모리가 되었고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히 저자도 이제는 주민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1인방송과 sns, 블로그등에 도전중이며 찾아낸 목표를 향해 이것저것 해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도 백수인것은 여전하지만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쓴다는 점에서 분명 전과는 다르다고...
아직도 세상에는 수많은 히키코모리들이 세상과 단절된 채로 살고 있다
그들도 저자처럼 천천히 변화하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으면 좋겠다